프랑스 출판계에서 가을은 가장 뜨거운 계절이다. 특히 이번 주엔 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를 대표하는 각종 문학상의 발표가 이어져 그 열기가 더했다.
크고 작은 상이 1500개가 넘는다는 프랑스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가 큰 공쿠르상의 영예는 현직 철학 교사인 제롬 페라리 씨(44·사진)가 쓴 5번째 장편 소설 ‘로마의 몰락에 대한 설교(Le Sermon sur la Chute de Rome·악트 쉬드 출판사)’에 7일 돌아갔다.
프랑스 본토로 이주한 코르시카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페라리 씨는 파리1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파리와 코르시카의 고교에서 철학교사를 했고 현재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프랑스 고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소설 ‘로마의…’는 그의 소년, 청년 시절 고향의 기억을 기반으로 한 성장소설로 처음부터 강력한 수상작 후보였다. 철학 공부를 포기하고 평화와 우정으로 가득한 천국을 꿈꾸며 코르시카 섬의 한 마을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렸다. 하지만 주인공이 꿈꾼 이상과 달리 코르시카의 현실은 술과 섹스, 부패, 폭력으로 가득한 절망과 악몽의 도가니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인 코르시카는 나폴레옹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절경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리주의자들의 독립 투쟁이 거세고 외부인들에 대한 배척 기류가 매우 높다. 인구가 30만 명에 불과하지만 유럽에서 살인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지난해부터 발생한 살인 사건이 38건, 살인미수가 117건에 달할 정도다. 페라리 씨가 그린 코르시카는 고향(꿈)과 절경(천국), 폭력(지옥)의 절묘한 조화 속에서 외부를 향해 담을 치고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해 가는 그들만의 땅인 셈이다.
문학계는 “페라리의 소설은 시적이고 유려한 긴 문장들을 담고 있으며 코르시카의 비극을 가장 코르시카적으로 우아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페라리 씨는 수상 소감에서 “믿기지 않는다. 오래오래 기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8만5000부가 팔렸는데 공쿠르상 수상으로 인해 적어도 20만 부 이상은 추가 판매될 것으로 출판계는 예상했다. 재미있는 건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공쿠르상의 상금이 단 10유로(약 1만4000원)에 불과하다는 것.
한편 올해 르노도상은 르완다 출신의 여성 작가 스콜라스티크 무카송가 씨(56)가 받았다. 이 상은 공쿠르상과 같은 날 수상자를 발표하지만 공쿠르상 수상자를 수상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수상작은 ‘나일 강의 노트르담(Notre-Dame du Nil·갈리마르 출판사)’. 무카송가 씨는 심사위원회가 10번의 투표를 한 끝에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의 수상은 문학계에는 큰 ‘뉴스’였다. 그의 작품은 지난여름 처음 발표된 1차 후보 명단에는 올랐지만 최종 수상 후보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못해 누구도 그의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피비린내 나는 대학살과 오랜 내전 속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헤쳐 가는 젊은 여성들을 조명했다. 작가 자신도 내전 와중에 투치족의 대학살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프랑스에 왔으며 현재 노르망디 지방의 칼바도스에서 사회복지 지원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