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9단(30)은 지난해 제55기 국수전에서 우승한 이후 바빴다. 국수전 우승상금(4500만 원) 전액을 기부하는 등 잇단 선행으로 바둑계 기부천사로 불렸으며,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올해 한국바둑리그에서는 티브로드팀의 주장으로 13승 5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주장으로서는 박정환 9단에 이은 두 번째. 하지만 팀 성적이 받쳐주질 못했다. 개인 성적은 40승 19패로 평균작 정도. 그런 와중에도 그는 올해 외목을 구사하는 바둑에 변화를 꾀해 왔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국수 자리를 빼앗긴 최철한 9단(30)이 꼭 1년 만에 도전자가 돼 돌아왔다. 국수전이 종합기전으로서는 유일하게 도전기 형식이기 때문이다. 최철한으로서는 설욕전인 셈이다.
올해 제56기 국수전 도전 5번기 가운데 첫 대국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다. 두 기사의 모교. 조한승은 중국어과를 다녔으며, 최철한은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이날 또 원성진 9단, 이영구 9단, 윤준상 9단 등 이 대학 출신 프로기사들의 다면기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최철한은 1년 동안 칼을 갈았다. 그는 국수전과 인연이 깊다. 2004년 당시 실세 이창호 9단에게 도전해 타이틀을 뺏은 이후 다음 해까지 2연패했다. 2010년에 다시 국수가 됐다. 세 차례 모두 이창호와 겨뤘다. 하지만 지난해 입단 선배인 조한승에게 자리를 내줬다.
최철한은 본선 16강부터 시작해 강적 이세돌 9단을 꺾고 도전자가 됐다. 그의 올해 성적은 눈부시다. 원익배 십단전에서 우승했고 맥심커피배에선 준우승했다. 현재는 이세돌과 올레배 결승전,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 겨루고 있다. 6월 결혼 이후 성적이 좋아졌다. 결혼 전에는 승률이 50%도 안 됐으나 결혼 이후 80%를 상회한다.
올해 성적은 최철한이 돋보이지만 둘 간의 역대 전적은 12-12로 백중세다. 올해 최철한은 조한승과 두 번 만나 모두 이겼다. 하지만 지난해 조한승과 결승에서 처음 만나 진 것이 부담. 국수전 도전기와 관련해 조한승은 “요즘 대국이 많은 최철한의 기보를 열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고, 최철한은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해 둘 것”이라고 말했다. 최철한의 싸움바둑과, 조한승의 부드러움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가 관심거리다.
조남철 김인 윤기현 하찬석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로 이어지는 한국바둑의 법통을 잇는 국수전은 올해 56기를 맞이하는 동안 12명에게만 ‘국수’ 호칭을 허락했다. 결승전 2, 3, 4국은 12월 초 열릴 예정이다. 국수전은 기아자동차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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