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서울 정동의 모습은… 잊어버린 풍경을 찾아,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서울역사박물관 ‘정동 1900’전+덕수궁미술관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전

‘정동 1900’전 초대 영국공사 월터 힐리어가 찍은 1890년대 초 정동 사진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다. 정면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한옥 건물이 당시 미국공사관이다(위).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때 한국관 내부 사진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아래).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정동 1900’전 초대 영국공사 월터 힐리어가 찍은 1890년대 초 정동 사진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다. 정면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한옥 건물이 당시 미국공사관이다(위).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때 한국관 내부 사진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아래).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00년 전 서울 정동은 어떤 곳이었을까. 1883년 주한 미국공사관을 시작으로 정동 일대엔 각국 공사관이 들어섰다. 고종은 경운궁(덕수궁)으로 이어(移御)한 후 이곳을 대한제국(1897∼1910)의 정궁으로 삼았다. 이후 각국의 선교, 의료, 교육기관과 호텔, 상점 등이 줄지어 문을 열었다. 대한제국의 중심지이자 서구 열강의 외교 각축장이 된 정동은 서양식 복장의 귀부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게에서 바게트 빵을 사도 어색하지 않은 글로벌한 공간이었다.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대한제국 사람들과 서양인들은 정동이라는 곳에 모여 살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세계가 서로 ‘낯선 존재’에서 ‘익숙한 존재’로 바뀌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동을 배경으로 열리는 전시를 소개한다.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전 1905년 고종이 아시아 순방단의 일원으로 대한제국을 방문한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하사한 고종(맨 위 왼쪽)과 순종의 사진. 고종은 이 사진으로 대한제국이 근대의 황제국임을 
알리고자 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제공 (가운데) 1919년 고종의 국장(國葬)을 보기 위해 서울 종로 일대에 몰려든 사람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가운데) 경성 일출 공립 심상소학교에 다닐 당시의 덕혜옹주(맨 아래 왼쪽에서 세 번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전 1905년 고종이 아시아 순방단의 일원으로 대한제국을 방문한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하사한 고종(맨 위 왼쪽)과 순종의 사진. 고종은 이 사진으로 대한제국이 근대의 황제국임을 알리고자 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제공 (가운데) 1919년 고종의 국장(國葬)을 보기 위해 서울 종로 일대에 몰려든 사람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가운데) 경성 일출 공립 심상소학교에 다닐 당시의 덕혜옹주(맨 아래 왼쪽에서 세 번째).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제공
○ ‘낯선 공존’의 무대, 정동

내년 1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정동 1900’전은 자주독립을 열망했던 한민족과 이 땅에 정착하기 시작한 서양인들의 ‘낯선 공존’의 무대였던 1900년 전후의 정동을 조명한다.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로 대한제국 시기의 정동 관련 유물 340여 점을 선보인다.

1부 ‘낯선 공존, 정동’에서는 초대 영국공사 월터 힐리어(1849∼1927)가 촬영한 1890년대 초 정동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일본 시즈오카 현 하마마쓰 시립도서관 소장품인 덕수궁 석조전 도면도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서양식 건물인 영국과 러시아, 프랑스 공사관의 당시 모습도 사진과 모형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동에 있는 상점에선 파운드당 0.75달러인 커피를 비롯해 미국 버터롤, 농축 우유, 블랙베리 잼, 잉글리시 햄, 테이블 와인 등을 팔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2부 ‘대한제국,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하다’에서는 1900년 프랑스 정부 초청으로 참가한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을 재현하고 출품 유물 38점을 전시한다. 당시 대한제국은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한국관을 짓고 다양한 산업의 생산품과 복식 가구 도자기 공예품 등을 선보였다. 출품 유물은 과도한 운송비 때문에 폐막 후 프랑스 공예박물관, 음악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품들은 프랑스에서 대여해온 것들이다.

○ 덕수궁에서 보는 사진 속 대한제국

1900년 프랑스 만국박람회 때 대한제국이 출품한 백자 청화 국화문 병. 폐막 후 기증해 현재 프랑스 공예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00년 프랑스 만국박람회 때 대한제국이 출품한 백자 청화 국화문 병. 폐막 후 기증해 현재 프랑스 공예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덕수궁 내에 있는 덕수궁미술관에서는 16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대한제국 시기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한미사진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대한제국 황실의 초상: 1880∼1989’전은 대한제국 황실과 관련된 200여 점의 원본 사진을 선보인다.

1부 ‘대한제국의 탄생에서 한일 강제병합까지’는 대한제국 시기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1905년 고종이 아시아 순방단의 일원으로 대한제국을 방문한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하사한 고종과 순종의 사진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진에서 고종은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포에 서양식 훈장을 단 채 옥좌에 앉아 있다. 당시 불안한 외교 상황에 처해 있던 고종은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미국 공주’에게 이 사진을 건넸다. 하지만 순방단은 미국의 필리핀 통치와 일본의 한국 보호권을 인정하는 비밀 협약(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도쿄에서 체결한 후 잠시 한반도에 들른 것이었다.

2부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에선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과 아내 이방자 여사, 덕혜옹주 등 황실 후예들의 비극적인 삶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서울 정동#서울역사박물관#덕수궁미술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