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공연 힘 빼는 ‘숨은 공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내한 해외아티스트들 대상 대부분 기업 요청으로 이뤄져
공연 횟수-연주회 질 제약

지난달 내한 공연을 가진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의 ‘공식 일정’은 10월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한 차례의 리사이틀이 전부였다. 하지만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두 차례의 연주회가 더 있었다. 리사이틀에 앞서 부산과 서울에서 한 차례씩 협주곡 콘서트를 가진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우수고객 초청 행사로 리사이틀과는 레퍼토리가 달랐기에 소문을 들은 윤디 팬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공연기획사 측에 티켓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12월에 내한하는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은 한 성당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으며 백화점, 쇼핑몰 등에서도 요청이 들어와 협의 중이다. 지난해 한국 무대를 찾은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도 현대카드가 주최한 비공개 콘서트에서 연주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도 귀국하면 명품업체 등이 꾸미는 작은 연주회에 참여하는 일이 많다.

내한 아티스트들의 이런 ‘숨은 연주회’는 대부분 기업의 요청으로 이뤄진다. 기업들은 소수의 고객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소규모 연주회 개최를 선호한다. 성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무료 공연의 경우 기획사는 되도록 공연 일시 등이 알려지지 않도록 바짝 신경을 쓴다. 매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사에 숨은 연주회는 티켓 판매에 신경 쓰지 않아도 수입이 보장되는 연주회다. 하지만 공식 공연이 1회에 그쳐 티켓을 확보하기 힘들거나 비공식 연주회에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경우 팬들은 애가 탄다. 윤디는 두 차례의 사전 연주회로 지친 탓인지 막상 리사이틀에서는 컨디션 난조를 보여 관객을 안타깝게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내한 해외아티스트#숨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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