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비/맑음. 테헤리아의 하늘에도 오늘밤. 트랙 #34 Norah Jones ‘Lonestar’(2002년)
지난주 목요일 밤, 아주 특별한 부부를 만났다. 지구 반대편에서 이룬 열 달 만의 재회였다. 올 1월, 남미의 중앙에 위치한 나라 볼리비아에서 만났던 기아대책 봉사단원 S 씨 부부. 고산지대에서 일자리를 찾아 내려온 인디오들이 모여 사는 벽돌공장 밀집지역 테헤리아의 황량한 벌판은 낮마다 섭씨 36도의 기온에 직사광선이 쏟아지고 하얀 옷을 입으면 새까맣게 모기떼가 달려드는 곳이었다. S 씨 부부는 날마다 그곳 극빈 가정 아이들을 방문하고 학업을 독려했다. 어쭙잖게 배운 스페인어 ‘솜브라(그늘)!’와 ‘비엔토(바람)!’를 장난스레 외치며 손부채를 부치던 우리 앞에 나타난 열세 살 꼬마 그레고리오는 그날도 벽돌 3000장을 나르고 10볼리비아노(약 1600원)를 받아 와서는 어머니 손에 쥐여 줬다.
다섯 살짜리처럼 왜소한 열 살짜리 남자아이 베네르디는 축구를 기가 막히게 잘했다. 두 살 터울의 누나 나르디와 함께 이모 댁에 얹혀살며 생계를 스스로 꾸려 나가고 있었다. S 씨는 베네르디를 유소년 축구학교에 보내주겠다고 한 약속을 아직도 이루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주말 미국 싱어송라이터 노라 존스의 내한 무대 위에 종이학들이 매달려 있었다. 색색의 조명을 받아 꿈결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존스는 건반과 기타 연주를 오가면서 빼어난 보컬을 넘어 뛰어난 뮤지션임을 입증했다. 인도인 아버지(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르)를 둔 존스의 커다란 눈과 가무잡잡한 피부. 커다란 눈망울 아래로 늘 먼지 묻은 얼굴을 하고 허름한 옷을 입는 베네르디와 그레고리오의 얼굴이 겹쳐졌다. 존스의 앙코르 전 마지막 노래는 ‘돈트 노 와이’보다 아련하게, 아프게 가슴을 건드렸다.
‘외로운 별, 오늘은 어디에 나와 있니? …네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그리로 가고 싶어서 난 돌멩이 하나 집어 들어 하늘로 던져본다.’ (‘론스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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