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환의 그림은 마치 허공을 캔버스로 삼고 붓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깨끗한 절 마당에다 비질하는 스님들을 연상케도 한다. 그는 그린다기보다 지우고 있다.”
화가 오수환 씨(66)의 그림에 대한 조각가 최종태 씨(김종영미술관장)의 맛깔스러운 평이다. 어려서부터 익힌 서예를 기반으로 40여 년간 유화와 지필묵의 미학을 오가는 붓의 연습과 놀이를 실험해온 작가의 개인전이 12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노랑 빨강 등 다양한 바탕색을 칠한 뒤 무념무상으로 자유롭게 그은 듯한 힘찬 필치의 선이 자리 잡은 ‘Variation’ 연작이 선보였다. 바닷속 풍경처럼 파란색을 칠한 3개의 대형 캔버스를 연결한 작품이 흥미롭다. 화면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가 담겨 있어 대비와 병렬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장식이나 과잉이 없는 화면에 동양의 정신성과 서구의 조형어법, 원시예술의 파격성이 뒤섞여 있다. 뭔가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요한 침묵을, 대상의 재현이 아닌 부정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나의 모든 탐구는 명상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무(無)와 공(空)의 개념을 맴돈다”고 말한다.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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