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아파트의 변신 Season 2]<8>단독주거들의 집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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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캠핑 파티 농사… 단독주택 꿈살이가 다 모였네

《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주거 유형은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 주상복합 등으로 구분된다. 아파트는 다시 전용면적 102m², 112m², 130m²처럼 숫자로 분류돼 있다. 집은 원래 자기만의 삶을 가꾸어가는 공간이지만 우리는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집을 구분하는 기준이 하나같이 면적이나 지역, 또는 가격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나 땅콩주택이나 전원주택에 들어가 사는 꿈을 꾼다. 》
이제 아파트를 평수로 나누는 시대는 접어야 한다. 마당이 있는 집, 이층집, 천장이 높은 집, 텃밭이 있는 집, 방이 많은 집, 옥상정원이 있는 집, 수영장이 있는 집처럼 정성적이며 질적인 기준으로 아파트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아파트는 더이상 아파트가 아닌 것이 된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차곡차곡 쌓아올려
주거의 본래 시작은 단독주택이었다. 단독주택이 모여 마을이 되고 집합 주택이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단독주택과 아파트, 집합주택은 구분할 필요조차 없는 것인지 모른다. 단독주택을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저절로 아파트가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어린시절 살았던 동네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나 서울 봉천동 달동네처럼 집들이 모여 산을 이룬 듯한 마을도 단독주택들이 쌓여 만들어진 아파트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여기서 제안하는 아파트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낸 단독주택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이다. 먼저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떠올려 보자. 어린 자녀를 둔 부부라면 집에서 마음껏 뛰어다녀도 다칠 염려가 없는 집을 원할 것이다. 위암에 걸린 후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이라면 인공 재배가 가능한 농장형 집을 생각해볼 수 있다. 친지를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즐기거나, 캠핑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텐트를 칠 수 있는 옥상이 있었으면, 하늘의 별을 실컷 볼 수 있도록 지붕이 열렸다 닫혔다 했으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 책을 만 권 넘게 소유한 책벌레, 집에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들고 촬영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가, 세상 모든 영화를 집에서 다 보고 싶은 영화평론가, 케이팝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 이들이 원하는 집이 똑같은 모양일 수는 없다. 그래서 아쿠아리움 하우스, 라이브러리 하우스, 집에서 일하는 직주(職住) 통합형 하우스, 계단형 영화관 하우스, 방음 스튜디오 하우스 등으로 개개인의 서로 다른 요구를 담아내 집을 짓는다. 그러고는 가장 원초적인 경사지붕의 집부터 시작해 서로 다른 삶의 패턴을 다양한 단면과 공간구조로 변화시키며 아파트로 쌓아나가는 것이다.

집이 다양해야 공동체도 복원된다
단독주택형 아파트는 물리적인 환경이 쾌적한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에 더해 살아가는 동안 벌어지는 숱한 에피소드와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집이 되는 것이다.

요즘엔 아파트마다 커뮤니티센터와 노인정처럼 입주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센터를 지어놓았다고 공동체 문화가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는 옛날에 지은 것이든 커뮤니티 시설을 넣어 최신식으로 지은 것이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교류가 적다. 획일화된 공간에 살면서 옆집에 사는 누군가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아파트가 일반화되기 이전의 삶을 떠올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집에서 다르게 해놓고 살던 시절엔 자연스럽게 이웃간에 오고 가는 것이 있었다. 몇 번 눈이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집안 구조와 살림살이만큼 다른 생각과 지혜와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결국 다양한 삶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교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이의 태양열 하우스, TV 마니아를 위해 벽 전체가 TV 모니터로 이뤄진 디지털 하우스, 애완견 위주로 지어진 펫 하우스,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자동차 전시장 하우스…. 이런 집들을 쌓아올려 지은 아파트에서라면 ‘따로 또 같이’ 사는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갤러리정미소 대표 usdspace@hanmail.net 

#아파트#단독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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