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가 최근 리콜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19일 홈페이지에 “세계문학전집 042(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양장 4쇄의 해설 페이지에서 제작상의 오류를 발견했다”며 리콜 공지를 올린 것.
문학동네는 ‘젊은…’의 양장 4쇄를 10월 15일부터 시중에 배포했다. 그런데 얼마 뒤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 ‘본문이 끝나고 해설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인쇄가 잘못됐다’는 독자의 글이 올라왔다.
왼쪽 장에 해설이, 오른쪽 장에 여백이 인쇄됐고, 한 장을 넘기면 다시 해설이 시작된다. ‘해설→여백→해설’로 책장이 연결되는 셈이다. 인쇄소 측의 실수였다. 책을 읽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오류였지만 출판사는 즉각 리콜을 결정했고, 홈페이지에는 “책임을 다한다” “조치가 신속하다”며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리콜에 들어간 지 12일째인 지난달 30일까지 독자가 반송해온 책은 단 한 권. 4쇄 1000권을 찍어 이 중 134권을 시중에 배포한 것을 감안하면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반송 비용은 출판사 부담이지만 독자로서는 책을 보내는 일이 귀찮을뿐더러, 읽기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쇄가 잘못된 책은 희소성까지 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책의 오류를 최초로 제기한 독자도 책을 반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콜 딱지’가 붙어 팔지도 못하고 창고에 쌓아둔 책 850여 권은 어떻게 될까. 내용에 문제가 있는 상태는 아니어서 폐기 신세는 면했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문제가 된 낱장만 교체해 재배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수술한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수술’한 책이 새 책과 겉보기에 차이가 날 경우 할인 판매하거나 소외지역에 기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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