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년여성이 공연기획사에 전화를 걸어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추워서 바지를 입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내년 1월 5,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주빈 메타 신년 갈라콘서트’에 가려는 관객이었다.
이 연주회는 온라인 티켓판매 사이트에 드레스코드를 명시했다. 남성은 턱시도 또는 어두운 색 계열의 양복, 여성은 이브닝드레스나 화려한 원피스다. 옷차림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 없는 국내 클래식공연계에서 눈길을 끄는 주문이었다. 주최사인 공연기획사 센스 측은 “신년콘서트인 만큼 한껏 멋을 부려보자는 취지에서 드레스코드를 제안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음악만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자는 콘셉트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신년음악회의 대명사격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빈 신년음악회’는 어떤 드레스 코드일까. 지난해 이 음악회를 관람한 음악칼럼니스트 장일범 씨는 “남성은 양복에 넥타이, 여성은 정장, 드레스, 각국 전통의상까지 다양하다”면서 “작년에는 한국인 여섯 분이 한복을 입고 참석해 외국 관객들이 감탄했다”고 말했다. 빈 신년음악회는 1월 1일 오전 11시 15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저녁 공연용 의상으로 통하는 ‘턱시도에 보타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그는 전했다.
유럽의 주요 음악축제도 페스티벌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과거의 엄격한 드레스코드를 벗어나 최근에는 캐주얼한 복장을 흔히 볼 수 있다. 루체른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다녀온 양창섭 서울시립교향악단 차장은 “잘츠부르크는 주요 공연을 할 때는 턱시도와 보타이, 드레스로 무척 화려한 분위기이며 루체른은 잘츠부르크에 비해 격식을 덜 차리긴 해도 전반적으로 정장을 갖춰 입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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