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윤정아 씨(32)는 한 달에 두 번,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의 카페를 찾아 ‘캔들 나이트 앤 힐링 클래스’를 열고 있다. 수업은 카페의 인공조명을 끄고 곳곳에 크고 작은 30여 개의 향초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카페 내부에 놓는 향초는 모두 양초공예지도사범인 김미선 씨(36·아로마세러피스트)가 천연원료를 사용해 만든 것이다. 향초의 따뜻한 빛과 은은한 향기가 가게를 채우면 윤 씨를 중심으로 모인 6, 7명이 각자 마음속에 숨겨 놓았던 꿈이나 아픔 등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향초가 켜진 공간에서 글을 낭독하거나 자신의 희망과 상처를 고백하다 보면 남이 돕지 않아도 절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된다.
윤 씨는 원래 혼자 향초를 켜 둔 뒤 ‘힐링(Healing)’ 활동을 하는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올리던 주부 블로거였다. 그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면서 올해 7월부터는 사람들을 모집해 향초와 함께하는 힐링 수업을 열고 있다. 그는 “향초가 켜진 풍경은 늘 향기롭고 따뜻하다. 향초의 불빛과 향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한편 그들이 스스로를 치유하게 이끄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라고 했다.
인공조명이 주지 못하는 향초 불빛만의 따뜻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향초가 뿜어내는 은은한 향은 각종 스트레스로 얼룩진 현대인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향초는 냄새와 습기를 제거하는 효능까지 겸비하고 있어 일석이조의 힐링 용품이라 할 만하다.
천영향초… “비싸서 못 사” 5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의 천연향초·비누 공방 ‘오베르 플라워’에서 김미선 씨를 만났다. 그는 “최근 힐링 열풍을 타고 천연원료만을 이용해 만드는 천연향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김 씨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향초는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파라핀을 모차렐라 치즈 모양의 파라핀 왁스로 가공한 뒤 만든 ‘합성 향초’다. 이 향초의 향기 역시 합성 향료로 내는 것이다. 석유 정제 부산물과 화학 합성물로 만들어진 향초가 타면서 뿜어내는 성분은 참살이(웰빙)와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천연향초다. 파라핀 왁스 대신 콩 기름 왁스(소이왁스)나 벌집왁스(비즈왁스), 미강(쌀겨)왁스 등을 주원료로 쓴다. 이것을 액체 형태로 녹인 뒤 꽃 허브 나무 등에서 추출한 천연향료(에센셜오일)를 섞으면 소이캔들, 비즈캔들 등의 이름을 단 천연향초가 된다.
문제는 천연향초를 구입해 힐링 용품으로 쓰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 영국산 유기농 소이캔들의 경우 성인 남성 주먹만 한 향초 하나가 4만∼8만 원 한다. 연소 시간이 30시간가량인데 말이다. 김 씨는 “집에 있는 도구 몇 가지를 활용하고, 양초 만들기 관련 사이트에서 몇 가지 용품만 더 구입하면 누구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영국산 못지않은 천연향초를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향초의 종류에는 초소형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5시간가량 연소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티라이트 캔들, 유리컵 등의 용기에 왁스를 부어 만드는 ‘컨테이너 캔들’, 용기 없이 향초가 노출되도록 만드는 ‘필라 캔들’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김 씨가 추천하는 것은 ‘컨테이너 캔들’이다. 유리그릇 등 안전한 용기 안에서 향초가 타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적으며, 별다른 도구 없이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천연향초, 저렴하게 만들어 쓰세요 “정말 쉽네요.” 김 씨의 도움을 받아 생전 처음 천연향초인 ‘소이캔들’을 만들어 본 기자가 연거푸 외친 말이다. 김 씨는 “10년 가까이 천연비누 등 각종 아로마(향) 용품을 만들어 봤지만 컨테이너 천연향초 만드는 것만큼 쉬운 것이 없더라”라고 했다.
천연향초를 만들 때 필요한 각종 도구 및 재료는 인터넷에서 ‘양초 만들기’, ‘양초 DIY’를 검색어로 찾으면 나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소이왁스는 보통 1kg에 1만∼1만2000원 정도다. 1kg으로는 유리컵(150mL 용량)에 채운 양초 6개가량을 만들 수 있다. ■ 천연향초 만드는 방법
[1]모차렐라 치즈처럼 생긴 소이왁스 1kg을 안 쓰는 냄비에 넣고 녹인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경우 가장 약한 불에 끓인다. 핫플레이트(전기를 쓰는 조리기구) 사용 시에는 강한 불이어도 상관없다. 냄비 밑부분부터 왁스가 녹기 시작하면 긴 숟가락으로 녹지 않은 부분과 녹은 부분이 섞이도록 계속 저어 준다. 컨테이너 캔들을 만들 때 쓰는 소이왁스는 융점(고체가 액체로 변하기 시작하는 온도)이 53도 정도로 낮아서 10분도 안 돼 녹는다. 팔팔 끓이면 불이 날 수도 있으니 왁스가 녹는 동안 자리를 떠서는 안 된다.
[2]소이왁스가 녹아 투명해지면 불을 끄고 식힌다. 이때 용기 높이보다 조금 길게 자른 면 심지를 액체 왁스에 담갔다 뺀다. 그래야 나중에 심지에 불이 잘 붙는다. 코팅된 면 심지는 신문지 위에 널어두고 말린다. 면 심지의 굵기는 만드는 향초 크기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초는 작은데 심지가 너무 크면 향초가 금세 타 버린다. 면 심지 가격은 5m에 2000원가량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향초의 크기별로 면 심지 굵기를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3]미지근할 정도로 식은 소이왁스에 천연향료(에센셜오일)를 넣는다. 라벤더 오일은 100mL에 1만5000∼3만 원에 살 수 있다. 김 씨는 “천연향료는 합성향료에 비해 꽤 비싼 편이지만 향초 제조 때 쓸 수 있는 낮은 등급의 저렴한 천연향료도 시중에 많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향료는 액체가 된 왁스가 미지근할 정도로 식었을 때 넣어야 한다. 왁스가 뜨거울 때 향료를 넣으면 향이 다 날아갈 수 있다. 천연향료는 합성 향료에 비해 향을 발산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녹은 소이왁스 총량의 5∼10%(합성향료의 경우 3∼7%) 가까이 넣어야 한다. 색을 내는 염료를 쓰고 싶다면 향료를 첨가하기 전에 넣는 것이 좋다.
[4]심지 탭(10개에 500원 가량) 뒤에 난 구멍으로 코팅한 심지를 끼운다.
[5][6]끼운 심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심지 탭과 심지가 맞물리는 심지 탭 주둥이의 금속 부분을 니퍼나 펜치로 꾹 눌러 준다.
[7]심지가 달린 심지 탭을 유리컵 바닥 중앙에 붙인다. 심지 탭 고정용 스티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8]고정한 심지의 끝을 완전히 쪼개지 않은 나무젓가락 사이에 끼운 후 심지를 세운다. 적당히 식은 소이왁스를 붓는다. 식었을 때 부어야 향초 윗면이 푹 꺼지는 수축 현상이 덜 나타난다. 표면에 먼지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향초를 신문 등으로 덮은 뒤 완전히 굳을 때까지 기다린다. 3∼6시간이 지나면 은은한 향을 뿜어내는 천연향초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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