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0편 가까운 영화가 상영됐다. 이들 작품 중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 배우와 관련한 '올해의 최고'를 선정했다.
△극중 이름='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장성기. 두현(이선균)은 결혼 뒤 '엽기녀'가 된 아내 정인(임수정)을 유혹해 달라며 성기를 찾아온다. 성기는 세계 뭇 여성을 사로잡던 세기의 카사노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민규동 감독은 성기의 성으로 '길장 자'(長) 자를 썼을까?
△반전='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에 나왔던 김혜은. 바른말 고운 말만 쓰던 아나운서 출신이 언제 걸쭉한 경상도 욕을 배웠을까? 허세와 술수에만 능하고 '주먹은 없는' 반달 최민식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채며 제압하는 그의 연기가 압권.
△의상='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마지막을 준비하다가 아내가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된 남편 역할. 한때 세계 최고의 섹시가이로 각광받던 클루니는 영화 내내 수트 대신 반바지에 허름한 티셔츠 차림이다. 그의 흰 머리와 반바지 아래 슬리퍼는 영화 내용과 더해져 인생의 무상함을 보여준다.
△난감 커플='움'에서 모자 관계이자 연인인 레베카(에바 그린)와 토미(맷 스미스). 레베카는 사랑하는 연인 토미가 죽자 그의 체세포를 복제해 자신의 자궁에 품은 뒤 토미를 출산한다. 아들이기도 하고 애인이기도 한 토미를 묘하게 바라보던 레베카를 향한 관객의 한 마디. "어쩌라고?"
△학살자='프로메테우스'의 샬리즈 시어런. 외계 생명체에 감염된 동료를 화염방사기로 사정없이 불태워 죽인다. 아무리 영화 속 장면이라고 하지만 여신으로 추앙받는 아름다움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살인을 하는 잔인함 중 그의 진짜 정체성은 뭘까?
△상생=올리버 스톤 감독의 '파괴자들'에 나온 두 남자 촌(테일러 키쉬)과 벤(애런 존슨). 촌과 벤은 매력적인 여자 오필리아(블레이클 라이블리)를 '공유'한다. 보통 돈 많은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리는 설정은 많지만 '한 여자 두 남자'의 경우는 흔치않다. 그래도 싸우는 법이 없는 촌과 벤의 상생 정신을 우리 경제계도 본받아야 할 듯.
△최악 동물배우=동물 연기는 이제 극중 필수요소다. '하울링'에서는 늑대 개의 연기가 돋보였다. 얼마 전 MBC 드라마 '마의'에서는 말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연가시'에서 화면을 스물 스물 기어 나올 듯한 기생충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배우들. 초등학교 시절 대변 검사로 존재를 알게 된 이들과 언제쯤 영원한 이별할 수 있을까?
△겉돌았던 욕=영화 속 욕은 관객에게 응어리를 대리 배설한다. 시원한 욕 한마디가 명상 열 번 보다 낮다. 그런데 욕이 제 기능을 못했다면…. '건축학 개론'의 한가인은 이 부분 최고. "사는 게 매운탕 같다"는 한가인이 이어 뱉은 "다 ×같애". 철없는 첫사랑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일찍 결혼한 모범적 주부의 느낌만 물씬 풍겼다. 반면 입에 착착 붙었던 욕은 '도둑들'의 전지현 대사. "어머 어마한 ×년이네". 예전 '엽기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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