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브래드 리틀, ‘팬텀’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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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7년 만에 돌아온 ‘오페라의 유령’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막의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에서 팬텀(브래드 리틀·왼쪽)은 남자 가수를 살해하고 대신 무대에 나타나 사랑하는 여인 크리스틴(클레어 라이언)과 마주한다. 설앤컴퍼니 제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막의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에서 팬텀(브래드 리틀·왼쪽)은 남자 가수를 살해하고 대신 무대에 나타나 사랑하는 여인 크리스틴(클레어 라이언)과 마주한다. 설앤컴퍼니 제공
유령 ‘팬텀’이 지하 은신처의 의자에 마스크만 남기고 홀연 사라지는 것으로 공연은 끝났다. 막이 닫힐 때 관객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하면서 일어날 채비부터 했다. 커튼콜 때 기립박수는 대부분 주인공이 마지막에 무대로 나올 때 터지지만 이날 관객은 앙상블부터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공연의 절반은 관객이 만든다고 본다면 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막을 올린 ‘오페라의 유령’ 내한 개막공연은 수준 높은 공연과 열렬한 객석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올해 뮤지컬 중 최고의 공연이었다. 지하에 숨어 살며 파리 오페라하우스에 출몰하고 살인도 불사하는 괴물이면서 음악 천재인 팬텀(유령)에 관객은 깊이 동화됐다. 팬텀이 사랑하는 여인 크리스틴에 의해 가면이 벗겨져 괴물의 모습을 드러낸 뒤 분노와 자괴감이 뒤섞여 노래할 때, 사랑하는 여인을 끝내 그의 약혼자 라울의 품으로 돌려보낼 때 관객도 속울음을 삼켰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초연한 이후 브로드웨이에서만 1만 회 공연을 돌파한 세계적인 히트작이다. 창의적이면서 화려한 무대와 잘 짜인 스토리, 한 곡 한 곡 가슴을 파고드는 뮤지컬 넘버 등 어느 것 하나 흠잡기 힘든 작품이다. 하지만 팬텀의 비중이 크다 보니 누가 팬텀을 연기하느냐에 따라 극의 느낌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2005년 이후 7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다시 팬텀을 연기한 브래드 리틀은 지난 7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관객의 기대치를 웃도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날 공연을 본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지금껏 40여 차례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며 20여 명의 팬텀을 봤지만 섬세한 연기와 가창력,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로 볼 때 브래드 리틀이 가장 팬텀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틴 역을 맡은 호주 국립오페라단 출신의 신예 클레어 라이언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릴 때부터 무용을 배운 오페라 가수 출신이어서 고음의 난도 높은 뮤지컬 넘버들을 안정감 있게 불렀고, 극 중 춤 장면도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팬텀에 대한 두려움, 아버지에게처럼 의존하고자 하는 심리 등 복합적인 심리를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라울 역의 앤서니 다우닝은 헌칠한 키와 수준급의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팬텀의 아우라에 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2005년 내한공연 때 95%라는 경이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던 이 작품의 인기는 이번 공연에도 여전하다. 1월 공연까지 매진됐고 2월 공연도 이미 절반 이상 팔렸다. 기획사는 관람 횟수가 200회를 헤아리는 마니아 관객도 있는 반면 예매자의 50∼60%는 뮤지컬을 처음 보는 관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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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티켓오픈은 2월 28일까지. 5만∼16만 원. 1577-3363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오페라의 유령#팬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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