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국수(30)는 한 달 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카카오톡에 가입하면서 ‘힘내자’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그때까지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성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북돋우자는 뜻에서 새긴 글이다. 올해 성적이 45승 19패로 승률이 70%를 넘지만 지금까지 세 차례 다승왕을 지낸 것에 비하면 다소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바둑리그나 중국 갑조리그에서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남은 것은 국수전 수성(守城).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야 했다. 결국 지난해 성을 내줬다가 다시 찾으러 온 도전자 최철한 9단을 3-0 완봉승으로 누르고 국수 자리를 방어했다. 기아자동차에서 후원하는 국수전 우승상금은 4500만 원.
5일 국수 2연패에 성공한 뒤 현장에서 그는 “바둑팬들이 알다시피 실력은 내가 최 9단보다 떨어지는데 국수전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얼마 동안 국수전을 방어하고 싶냐’는 질문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다만 내년까지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7일 전화 인터뷰를 통한 일문일답.
―결승 2국에서 최 9단의 황소처럼 거친 공격을 투우사처럼 부드럽게 비켜 받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최 9단과의 대국에서는 초반에 차이가 난 적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국수전에서 이겨 올해도 약간의 자신감은 있었다. 초반에 구상을 하기는 하지만, 바둑이란 게 상대가 있어서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 어쨌든 비교적 초반이 잘 풀려서 내 스타일대로 둘 수 있었다.”
―국수전 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보이지 못했는데, 내년의 각오는….
“내년에는 세계대회에서도 성적을 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소소회(젊은 기사들이 주축이 된 바둑연구모임)에도 자주 나가볼까 한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 사범이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 매주 소소회 리그에 참가해 어린 프로들과 바둑을 두는 것을 보고 배운 게 많다. 저도 루이 사범처럼 나이 들어서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바둑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나.
“내가 공부를 잘 안 하는 기사로 불리는 것을 잘 안다. 나는 자리에 진득하게 앉아서 바둑을 검토하기보다는 대국을 두면서 배우는 스타일이다. 실전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부드러운 기풍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좋게 봐준 것 같다. 부드러움과 느슨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사실은 바둑에서 독해야 할 때가 있는데 느슨할 때가 많다. 성격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바둑계에서 주로 어울리는 기사들은….
“나이가 많은 기사보다는 적은 기사들과 어울린다. 최철한 원성진 송태곤 등과 자주 만나고, 1989년생으로 강동윤과 김지석과도 친한 편이다. 당구도 하고 게임도 같이 한다.”
그는 현재 5년 넘게 사귄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한다. 조 국수는 “아직 결혼 이야기까지 나온 단계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기부에도 솔선수범인 속 깊은 프로기사 조 국수가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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