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반집으로 가른 승패… 구리는 땀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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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삼성화재배 결승 제1국
초반 대마 몰리는 위기… 바꿔치기로 흐름 돌려놔

끝내기는 역시 구리 9단의 약점이었다.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반집을 졌다. 이 9단은 특유의 승부 호흡으로 초반의 불리함을 딛고 극적인 반집승을 거뒀다. 사진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복기하는 이 9단(오른쪽). 한국기원 제공
끝내기는 역시 구리 9단의 약점이었다.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이세돌 9단에게 반집을 졌다. 이 9단은 특유의 승부 호흡으로 초반의 불리함을 딛고 극적인 반집승을 거뒀다. 사진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복기하는 이 9단(오른쪽). 한국기원 제공
“구리(古力) 9단이 없었으면 발전도 없었고, 지금과 같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겨루고 싶은 기사이고, 술 한잔 같이하고 싶은 친구다.”(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은 내게 ‘길을 안내해준 사람’이다. 2004년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2-1로 지고 ‘이렇게 강한 상대가 있구나’라는 느낌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구리 9단)

2012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를 하루 앞두고 10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 상하이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두 기사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서로 호적수이면서, 스승이라는 뜻이다.

29세 동갑에 입단연도도 같은 두 기사는 한때 세기의 라이벌로 불리며 한중 바둑팬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았다. 두 기사 간 10번기가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 기사의 성적이 흔들리면서 그 같은 움직임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러다 두 기사는 올 하반기부터 성적이 좋아졌다. 이 9단은 박정환 9단에게 내줬던 랭킹 1위 자리를 5개월 만에 되찾았고, 춘란배와 명인전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구 9단도 아한퉁산(阿含桐山)배에서 우승하고, 중국 갑조리그에서 충칭(重慶) 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두 기사는 연말 삼성화재배에서 올 한 해 돌풍을 몰고 온 1990년대 출신 기사들을 이기며 정상에서 다시 만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로에 대한 공치사는 있었지만 두 기사는 우승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 9단은 “3년 전 LG배에서 졌을 때보다는 편안하다. 이번에 컨디션이 괜찮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구 9단은 “이세돌의 춘란배 기보를 보며 공부했다. 내 컨디션도 좋아 멋진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1일 오전 10시 시작된 결승전 1국. 흑을 쥔 구 9단은 탄탄한 포석으로 판을 꾸렸으며, 이 9단은 특유의 승부 호흡으로 싸움을 걸었다. 이 9단은 초반 대마가 몰리는 위기를 맞았으나, 바꿔치기로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다. 막판 두 기사는 피를 말리는 반집의 미로를 헤맸다. 패가 승부처였는데, 이 9단은 팻감을 많이 만들어 구 9단이 패를 걸어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결국 이 9단의 반집 승. 두 기사는 1시간 넘게 복기를 계속했다. 구 9단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다. 결승 2국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상하이=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이세돌#반집#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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