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반려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웹툰들이 애견·애묘인(人) 독자들이 찾는 ‘성지’로 떠올랐다. 연재 횟수가 거듭되면서 댓글 게시판도 독자들이 키우는 동물을 자랑하는 공간에서 반려동물 돌보기 정보를 주고받는 사랑방으로 바뀌어간다. 인기 웹툰 속 주연급 반려동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낭낙이(‘내 어린고양이와 늙은 개’의 개)=견생 17년을 살다 보면 가끔 내가 우리 주인 ‘초’를 키우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 까만 푸들에서 회색으로 색까지 바랜 지금, 귀도 안 들리고 남은 힘을 다해 꼬리를 흔들면서 초와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아. 나는 언젠가 마주치게 될 ‘끝’이라는 단어에 그 누구에게도 부담주고 싶지 않아. 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정말 좋아하던 소시지도 주질 않고 계단도 혼자 못 내려가게 하지. 초가 현관을 나서고 문을 닫았을 때 집 안에서 혼자 늑대울음 소리를 내며 우는 건 ‘내가 있으니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신호야.
▽단테(‘그루밍선데이’의 고양이)=쯧쯧, 누님만 나오면 그 만화 참 가라앉아요. 그나마 순대(‘내 어린고양이와 늙은이’ 속 고양이)가 분위기 조금 살리는 편이지. 우리 주인(전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그렸던 HUN 작가)은 나를 사랑스럽게 그리기는 하는데 잠에 푹 빠지면 물건을 올려놔도 모르는 둔한 고양이로 캐릭터를 설정해 불만이에요. 가끔 주인이 주워들은 이야기들로 에피소드를 만들거나 불편한 점을 그리기도 하는데 독자들이 비난들 좀 안 했으면 좋겠어. 교육만화가 아니잖아.
▽슈바(‘개와 토끼의 주인’의 토끼)=내 이름은 욕이 아니에요. 검다는 뜻의 ‘슈바르츠’라는 독일어에서 따왔는데 사실 내 눈만 제외하면 나는 백설같이 하얀 토끼인데 말입니다. 우리 주인은 내게 민들레나 사과껍질처럼 맛있는 걸 줄 때만 풀네임을 부르고 평소엔 슈바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에게 내가 기립해서 부르르 떠는 묘기 보여준답시고 좋아하는 건과로 약을 올릴 때마다 살짝 신경질도 나요. 같이 사는 디엔드(개) 분량이 좀더 많은 것 같아 자극받고 새로운 장기를 갈고닦고 있으니 두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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