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멋진 구두를 신어야 돼. 그래야 구두가 널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단다.”(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에서 시즈카가 츠쿠시에게)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데려다 준 건 시계토끼야. 시계토끼를 잡아야 돼.”(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결혼을 통해 청담동 입성에 성공한 여인이 ‘너처럼 살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고교 동창에게)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대사들이 근사한 어록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한 여자의 운명이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듯한 발언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면서도 ‘뭐, 사실이 아닌 건 아니지…’라고 수긍하게 될 때다.
그러나 패션 아이템을 상징하는 구두나 네트워크를 뜻하는 시계토끼보다 더 확실한 ‘환골탈태(換骨奪胎) 코드’가 있으니 바로 메이크업이다. 빨간 립스틱 하나 발랐을 뿐인데 조신한 여성이 갑자기 섹시해지고, 파운데이션 한 번 제대로 발랐을 뿐인데 주근깨 얼굴이 도자기처럼 매끈해진다. 각 화장품 브랜드가 연말을 앞두고 매년 선보이는 ‘홀리데이 컬렉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일탈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은 여자의 본능 때문일 듯하다. 글로벌 불황이라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A style이 포착한 올해의 홀리데이 컬렉션은 예년보다 더 화려하고 더 아름다워졌다. 현실 일탈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불리는 메이크업 제품들의 장점 아니었던가. ▼금빛으로 물든 눈빛-레드가 흐르는 입술… 일탈본능 꿈틀▼
샤넬은 여성의 본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영민한 브랜드다. 한결같은 디자인의 블랙 케이스 속에 매번 여성의 가슴을 뛰게 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으니 말이다. 한결같지만 매번 새로운, 이 아이러니한 매력을 ‘클래식’으로 정의한다면 샤넬은 정말 클래식한 브랜드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는 올해 홀리데이 컬렉션의 주조 색으로 골드를 내세웠다. 샤넬 슈트에 달린 단추를 떼어다 얹은 듯 퀼팅 장식된 아이섀도는 골드 브론즈와 핑크 등의 색상이 어우러지며 은은한 느낌을 줬다. 네 가지 컬러가 한데 어우러진 아이섀도 한정판, ‘하모니 두 수아’에서 가장 탐나는 색상은 회갈색. 짙은 빨간색의 네일 컬러, ‘말리스’는 화려한 연말 분위기에 적당한 느낌표를 줄 듯했다.
시세이도 마끼아쥬는 섹시하고 도도한 느낌을 주는 ‘스모키 크리스털 룩’과 공식적인 모임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내는 ‘레드 크리스털 룩’을 투 톱으로 내세웠다. 아시아 여성의 눈매에 가장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5가지 컬러로 조합한 ‘트루 아이섀도’ 4총사 가운데 각각 브라운 계열과 핑크 계열을 활용한 것이다. ‘락커 루즈’는 입술에 광택제를 바른 듯 반들반들한 느낌으로 가꿔주는 ‘잇(it) 아이템’이다. 입술 하나만으로 ‘소심한 일탈’을 꿈꾸는 조신한 여성들에게 강추.
이브생로랑뷰티는 초록색에서 파란색, 그리고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겨울 밤하늘 오로라에서 영감을 얻은 홀리데이 룩 ‘노던 라이츠’를 선보였다. 짙은 푸른색을 눈두덩에 얹은 모델 비주얼에서부터 심상찮은 포스가 느껴졌다. 이번 컬렉션의 하이라이트인 ‘퓨어 크로마틱스 보레알 컬렉터’는 4가지 색상의 아이섀도로 다양한 채도의 푸른색과 와인색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반짝이는 펄이 담긴 ‘라 라크 쿠튀르 탑 코트’는 막 흥겨운 파티장에 들어선 듯 맘을 설레게 했다. 스노볼 장식처럼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스파클링 입자들이 매혹적으로 물결치며 손톱 위를 물들일 듯. 푸른색 아이섀도를 전체적으로 바르는 게 부담스럽다면 푸른색 또는 와인색을 포인트 컬러로만 활용해도 좋다. 로이드 시몬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블루 또는 와인 컬러로 아이라인만 그려도 평소 메이크업과 다른 화려한 느낌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에스티로더는 섹시하고 우아한 특별한 디자이너 뷰티 컬렉션 ‘에스티로더 바이 마이클 코어스 홀리데이 컬렉션’을 내놓았다. 레드, 블랙, 건메탈 세 가지 리미티드 에디션에는 에스티로더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인 ‘퓨어 컬러 블러시 골드 콤팩트’가 들어 있다. 에스티로더의 글로벌 아티스트인 알렉스 조 차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 홀리데이 메이크업 룩으로 ‘코랄 레드 립 포커스 메이크업’을 추천한다. 입술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에는 심플한 검은색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로 선명한 눈매를 만든다. 조 차장은 “포커스가 되는 립 메이크업은 코랄 레드 컬러의 립스틱을 먼저 바르고, 글로스를 중앙에 가볍게 바르면 된다”며 “보다 풍성한 입술 표현을 원하면 글로스를 먼저 바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12월의 파리는 빛의 도시다. 골목 입구를 장식하는 형형색색의 조명, 에펠탑 전체를 휘감은 채 주기적으로 반짝이는 불빛이 한데 모여 파리를 특별한 도시로 만든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랑콤은 파리의 밤에서 영감을 얻은 ‘해피 홀리데이’ 컬렉션을 선보였다. 금색의 별이 수천만 개 내려앉은 느낌의 패키지부터 범상치 않은 ‘옹브르 이프노즈 모노’가 대표 아이템이다. 이 가운데 이름도 예쁜 ‘트윙클 골드’는 눈을 대번에 럭셔리한 금빛으로 물들여줄 듯했다. 특히 ‘진저 칵테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금빛’이라는 네일 컬러 ‘진저 스윙’은 보자마자 보쌈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단 하루라도 여배우처럼 화려한 메이크업을 연출하고 싶다면? 헤라의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 ‘디스코 볼’은 화려한 디스코 볼의 조명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다양한 컬러들이 모여 있다. 반짝이는 아이 메이크업으로 ‘글래머러스한 글리터 룩’을 연출하려면 피부를 결점 없이 촉촉하게 정리한 뒤 글리터가 가미된 네이비블루와 골드, 로즈 컬러의 아이섀도로 눈매를 은은하게 그러데이션 하듯 두드려 준다. 입술과 볼에도 은은한 펄이 가미된 핑크 계열로 마무리하면 우아하게 반짝거리는 룩이 완성된다. 홀리카 홀리카는 버건디 컬러의 눈매와 입술을 강조하는 ‘블루밍 버터플라이룩’을 제안했다. ▼달콤한 복숭아-살구색 아이섀도로 사랑스런 소녀처럼▼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 작가 에바 알머슨의 소녀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슬며시 웃음을 짓게 된다. 평범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소녀의 일상이 따뜻한 미소, 파스텔톤 색감과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스킨푸드가 홀리데이용으로 추천한 아이템도 알머슨과 함께 작업한 ‘에바 알머슨 포 스킨푸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싱긋 웃고 있는 소녀의 이미지를 담은 ‘라임 시크릿 멀티 팩트 리미티드 에디션’은
파우더 겸 하이라이터로 전체적으로 펴 바를 수도, 이마와 콧대 등 두드러진 부위에 포인트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은은한 펄이 들어
있는 금색, 복숭아색, 살구색 등 달콤한 컬러의 아이섀도 3가지와 블러셔가 한데 담긴 ‘마이쇼트케익 박스’도 사랑스러운 느낌을
내는 데 제격일 듯.
슈에무라의 ‘몽슈걸 컬렉션’은 동양의 대표적 메이크업 브랜드 슈에무라와 서양 럭셔리 패션을
대표하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 라거펠트가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토끼처럼 빨간 눈에 바가지 머리를 한
작은 소녀 일러스트가 제품 패키지 곳곳에 녹아 시선을 끈다. 블랙, 딥 카키, 라이트 실버, 민트 그린, 베이지 등 분위기 있는
컬러로 구성된 ‘스모키 벨벳 팔레트’와 와인, 딥 브라운, 소프트 브라운, 골드 등 감각적인 색상이 한데 어우러진 ‘프레스티지
보르도 팔레트’는 서로 묘하게 어울리며 시크한 느낌을 줬다.
마카롱 상자처럼 귀여운 파스텔 톤 리본 장식 박스를
열어보고 싶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맥의 홀리데이 컬렉션 ‘길티 패션’이 딱 그렇다. 예쁜 리본 장식 상자를 열면 매혹적인 색상의
아이섀도와 립글로스가 마카롱처럼 색색으로 들어 있다. 김은지 맥 프로이벤트팀장은 ‘펄’을 연말 메이크업의 키워드로 알아두면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펄 아이섀도를 눈동자 바로 위의 눈두덩 중앙, 혹은 눈 앞머리나 눈 아래 애교 살 등에만 가볍게
발라주어도 반짝이는 느낌을 쉽게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메데코르테는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버터플라이’를 테마로 ‘버터플라이 홀리 키스’ 에디션을 선보였다. ‘새하얀 눈의 나라에 춤추듯 내려온 크리스마스 버터플라이…. 눈
덮인 정원에 살며시 키스한다. 그 순간 모든 색이 장밋빛으로 바뀌며 눈 속에서 자고 있던 장미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시적
수사가 무색하지 않게 화려한 패키지가 일단 눈길을 끈다. 유명 산업디자이너 마르셀 원더스와 협업한 패키지 디자인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화려했다. 빛나는 눈처럼 부드러운 루스 파우더, 만개한 장미꽃 모양 리본이 자리 잡은 퍼프 역시 ‘블링블링’한 그녀에게
어울릴 아이템. 립글로스와 루스 파우더, 퍼프, 아이섀도가 함께 담긴 ‘AQMW 메이크업 코프레’ 위에도 나비의 날갯짓 패턴이
새겨져 있다.
베네피트는 프라이머, 아이 섀도 블러셔, 마스카라, 립글로스까지 한 키트에 들어 있는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 ‘쉬즈 소 젯셋’을 내놓았다. 퇴근 후 쉽고 간편하게 ‘파티 퀸’으로 변신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들이 모두
들어 있다. 베네피트는 이 전용 키트를 이용해 ‘세미 골드 스모키 메이크업’을 제안한다. 먼저 저녁 시간 번들거리는 코와
티(T)존에 모공 프라이머 ‘더 포어페셔널’을 콩알만큼 덜어 펴 바른다. 이 키트의 포인트는 골드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이 가능한
4색 아이섀도. 먼저 샴페인 골드 컬러의 베이스 섀도를 눈두덩 전체에 발라 눈가의 피부 톤을 정리하고, 그 위에 펄 느낌이 있는
샌드 골드 컬러의 아이섀도를 눈 앞머리와 꼬리에 덧발라 음영을 준다.
크리니크 메이크업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겨울철 입술이 튼 상태에서 매트한 레드 립스틱을 바른다면 섹시하기는커녕
절박해 보일 수 있다. 크리니크의 크레용 모양의 ‘처비 스틱’은 틴트와 립밤이 하나로 된 제품이라 별도의 립밤 없이 잘 발린다.
홀리데이 에디션으로 나온 ‘처비스틱 모이스처라이징 립 컬러 밤 세트’에 5가지 인기 색상의 미니 처비스틱이 깜찍하게 들어 있다.
은은한 입술 메이크업을 원한다면 처비 스틱을 브러시를 사용해 바른 뒤 입술에 콕콕 찍듯이 살짝 눌러주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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