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수 스즈키 쓰네키치 “해질녘 밥짓는 연기에 영혼이 있다고 상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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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日드라마 ‘심야식당’ 노래 부른 중견가수 스즈키 쓰네키치

‘그대가 내뱉은 하얀 숨결이/지금, 천천히 바람에 실려/하늘 위로 떠올라 구름 속으로/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가네…’(‘추억’ 중)

일본 도쿄 신주쿠의 밤거리를 비추는 영상 위로 중년 남성의 담백하고 떨리는 음성이 흐른다. 쓸쓸한 멜로디와 가사는 고기와 야채가 냄비 안에서 지글거리는 작은 식당 안으로 시청자의 소매를 잡아끈다.

2009년 방영된 일본 인기 드라마 ‘심야식당’의 오프닝 곡 ‘추억’을 부른 일본 가수 스즈키 쓰네키치(58·사진)를 최근 서울 서교동 카페에서 만났다. 하얀 입김을 뿜고 “혼토니 사무이데스네(정말 춥다)”라고 외치며 들어서는 그의 얼굴에선 검은 중절모와 뿔테 안경 아래로 세월이 묻어났다. “서울은 정말 큰 도시인 것 같아요.” 한국 공연도,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젊어서부터 음악을 했지만 환갑을 눈앞에 두고서야 그는 첫 해외 투어(8월 대만, 12월 8∼9일 한국)에 나섰다. ‘심야식당’의 인기 덕이다. ‘심야식당’은 한국에서 창작뮤지컬로도 리메이크돼 11일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추억’이 드라마의 오프닝 곡이 된 사연에 대해 스즈키는 “친구가 다니는 술집에 ‘심야식당’의 원작 만화가 아베 야로가 자주 왔는데 친구가 건넨 내 음악이 채택됐다”라고 말했다. 기타와 아코디언, 밴조의 연주 위로 흐르는 스즈키의 쓸쓸한 가사와 목소리는 신주쿠 뒷골목 심야식당 분위기를 닮았다. “본질에 가까운 것은 슬픔이 묻어나는 정서에 담겨 있다고 봅니다. 추억에 집착하는 건 나이 탓인지 모르죠. 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언, 일본의 하이쿠 작가 사이토 산키를 좋아합니다.”

스즈키는 도쿄의 인간군상이 각자의 사연을 들고 주방장을 찾아오는 드라마 ‘심야식당’과 자신의 음악이 통한다고 했다. “‘추억’이란 노래를 만들 때 해질녘 피어오르는 저녁밥 짓는 연기에 사람이 들어 있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죠. 하늘을 향해 뻗는 영혼…. 드라마에도 대도시에 살며 고향과 꿈을 그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그는 최근 국내에서 발매된 2집 ‘망향(望鄕)’에 한국어 가사도 담았다. 어설픈 발음으로 ‘나의 시간, 나의 고향, 내가 느낀 것/나의 꿈, 나의 시간, 나의 고향, 나의 꿈’을 읊는 첫 곡 ‘바다가 보이는 고갯길’의 느낌이 묘하다. 이 음유시인이 ‘심야식당’에 간다면 ‘마스터’(주방장)에게 무슨 음식을 시킬까. 스즈키가 문득 테이블에 놓인 한국 담뱃갑을 내려다봤다. “여기 고래가 그려져 있군요. 어릴 적 싼값에 단백질을 섭취하려 먹었는데…. 아, 그 맛…. ‘마스터, 여기 고래 고기 되나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심야식당#스즈키 쓰네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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