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만들기는 늘 누군가에게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다. 열대과일인 파인애플, 오렌지를 키우고 싶었던 유럽인들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별의별 실험을 다 했다. 결국 그들은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온실을 만들어냈다. 같은 맥락에서 왜 정원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나의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욕망은 때로 기적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열대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내공간에서도 정원을 꾸밀 수 있다는 건 기적일 뿐 아니라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 실내정원이란?
본격적인 실내식물이란 개념은 1990년대에 나왔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셈이다. 물론 실내에서 식물을 키웠던 역사는 중국에서 시작한 분재로부터 따지면 꽤 오래됐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실내정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984년 발표한 ‘새집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란 용어, 그리고 실내 공기 질에 대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와 연관이 깊다.
새집증후군은 실내 환경, 특히 건물 내부 공기의 심각한 오염에서 생긴다. 그 원인은 환기 부족과 지나친 냉난방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경우에는 실내 공기가 외부의 그것보다 15배 이상 더 오염된다고 한다.
새집증후군이 세계인에게 충격을 준 뒤 5년이 지나 NASA에서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 중에 오염된 실내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종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원래 실내 공간에서 몇 년 동안 거주해야 할 우주비행사의 건강과 관련해 진행된 것이었다.
바로 이때를 기점으로 실내식물이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됐다. 바야흐로 실내식물과 실내정원의 새로운 세계가 형성된 것이었다. (표에 나와 있는 것은 NASA 연구논문의 저자인 울버턴 박사가 추천한 실내재배 식물들이다. 이들은 오염물질 정화에 탁월하다.)
○ 실내식물의 종류
원칙적으로 실내 생존을 위해 태어난 식물은 없다. 다만 실내의 환경적 제한을 이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식물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실내 생존이 가능한 식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울버턴 박사가 추천한 15종의 식물은 대부분 열대지방이 자생지다. 그 이유는 실내 환경 조건이 열대지방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실내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또 다른 식물군으로는 사막과 같은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다육식물을 들 수 있다. 선인장을 포함한 다육식물은 줄기 안에 물과 영양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내의 환경을 잘 견뎌준다. 그 외 실내재배가 가능한 식물군으로는 알뿌리를 가진 구근식물이 있다. 수선화, 튤립, 히야신스 등 구근식물 역시 알뿌리 속에 영양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조건이 나쁜 실내에서도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토종 야생화의 경우 실내 환경을 이기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때문에 아직은 실내식물로의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 하지만 생명력이 강한 종과 접목하거나, 환경 적응력이 강한 재배종이 개발된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야생화가 실내정원에 놓여질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 실내식물에 필요한 요소
모든 식물은 빛, 영양소, 물이라는 절대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 실내에서도 이런 요소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생존이 가능하다. 영양소와 물은 실내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충족이 가능하다. 하지만 빛이란 요소에 있어서는 실내 환경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내에서는 바깥 환경에 비해 절대적으로 빛이 모자란다. 식물이 빛이 들어오는 창에서 1.5m 이상 멀어지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이런 환경을 이겨내려면 인공조명을 보강해 주는 것도 좋다.
식물의 생장 환경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환기다. 대부분의 식물은 비와 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면 식물도 살기가 어려워진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방 안에 빛이 잘 들어오게 하고, 흙이 마르지 않게 습기를 확보해주며, 규칙적인 환기를 시켜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식물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애완견을 키우면 오히려 사람이 정서적, 육체적으로 도움을 받듯이, 식물을 키우면 주거환경을 좀더 건강하게 만들게 돼 결론적으로 사람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겨울철 실내식물의 관리요령
식물 키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개별 식물의 특성과 자생지를 이해해주는 것이다. 잎이 넓고 큰 열대식물은 보통 큰 나무 밑에서 자라기 때문에 실내가 다소 어둡더라도 잘 견뎌준다. 대신 물을 좋아해 뿌리 이외에 큰 잎으로도 수분을 흡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열대식물을 선택했다면 규칙적인 물주기에 더해 잎이 마르지 않도록 수분을 분사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다육식물은 사막 기후처럼 몇 달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잘 견딘다. 그러나 강렬한 햇살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창가에 가까이 놓아주어 빛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난 종류는 대부분 배수가 잘되는 환경을 선호한다. 서양란 화분을 뒤집어보면 흙이 아니라 나무껍질과 이끼가 섞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흙을 쓰지 않고 건조한 나무껍질 등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지나친 습기를 싫어하는 난의 습성 탓이다.
식물은 종류가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난 자생지에 따라 모두 다른 습성을 지닌다. 식물을 잘 키우는 일의 시작은 결국 식물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반대로 현재 환경에 알맞은 식물을 선정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역시 식물에 대한 공부다.
:: 오경아 오가든스 대표 ::
방송 작가로 일하다 2005년 영국으로 떠나 에섹스대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같은 대학 조경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한국에서 정원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