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의 격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 뉴욕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패션 스타일이 거리를 휩쓸기 시작했다. 뉴욕의 숨은 ‘잇(it)스타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새 스타일의 주인공은 바로 라운지웨어다. 말 그대로 집 안에서도 입을 수 있을 법한, 편안한 옷을 뜻한다. 일본인들은 이를 ‘원 마일 웨어’(1마일 반경의 집 밖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의미)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아무튼 뉴요커들은 요가 수업을 갓 마치고 나온 듯, 집 밖에 잠시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이 가벼운 차림을 스타일리시한 코드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가볍고 컬러풀한 운동화에, 볼륨감이 확실히 표현되는 레깅스와 상의, 여기에 요가 매트가 살짝 들여다보이는 빅 백을 멘 차림이 전형적인 뉴요커로 느껴질 정도라면 최근 라운지웨어가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지 않을까.
이런 편안한 패션이 각광을 받게 된 데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피플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만큼 변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먹고 마시는 것에서 시작된 오가닉 라이프스타일이 몸에 바르고 걸치는 것으로 확대되면서, 이런 삶의 방식에 맞는 운동을 언제든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옷이 뉴요커들의 삶에 큰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뉴욕의 패션피플은 운동복 하나도 허투루 입지 않는다. 스포츠 브랜드가 만든 천편일률적인 복장에 싫증을 느끼면서 전문적인 라운지웨어 브랜드들을 찾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브랜드가 룰루레몬(www.lululemon.com)이다. 요가의 기본 정신으로 꼽히는 철학에 근거해 제품을 만드는 캐나다 브랜드로, 패션피플의 성원에 힘입어 ‘라운지웨어계의 샤넬’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고급 소재에다 색상이 다양하고 보디라인을 잘 살려준다는 장점 덕에 2012년 포천 잡지가 선정한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 랭킹에서 패션기업 중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룰루레몬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고 기존 브랜드들도 라운지웨어 시장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갭(Gap)사도 라운지웨어 전문 브랜드인 ‘애슬레타(Athleta)’를 사들여 주력 브랜드 중 하나로 키우고 있다. H&M과 유니클로 같은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에서도 라운지웨어 관련 별도 라인을 전개하고 있다.
기존의 스포츠웨어 브랜드도 이 라운지웨어군을 더 패셔너블하게 풀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럭셔리 라운지웨어 시장을 선점한 아디다스가 대표적이다. 또 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내세워 라운지웨어 시장에 진입했던 리복, 슈퍼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의 요가복 브랜드 ‘누알라’를 판매하는 푸마까지 라운지웨어 시장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명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핑크’와 ‘주시 쿠튀르’ 역시 고객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현재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핫’하다고 불리는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도 일찍이 ‘T’라는 이름의 라운지웨어 기반 브랜드를 내놓은 바 있다. 라운지웨어가 단순히 ‘집에서 입는 옷’이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한 것이다. 벌써부터 한국의 유수 업체들이 룰루레몬을 비롯한 라운지웨어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한국 특유의 유행 전파 속도를 고려했을 때 한국 거리에서 패셔너블한 ‘라운지웨어족’을 만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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