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현실 반영한 캐릭터
우수에 찬 반항아 대신 여성성 가미된 아웃사이더 설정
시청률 11%… “끄는 맛 모자라”
“드라마 ‘학교’를 보며 성장했어요. 학창시절 추억 때문에 ‘학교 2013’에도 기대가 컸는데 뭔가 ‘끄는 맛’은 떨어지네요.”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3’(오후 10시)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다.
3일 처음 방영된 이 드라마는 10년 만의 ‘학교’ 부활로 기대를 모았다. 1999년 처음 방영된 ‘학교1’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우정과 사랑을 진솔하게 담아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학교2’(2000년) ‘학교3’(2001년) ‘학교4’(2002년)로 이어졌다. ‘학교 2013’도 학교폭력, 교권 붕괴 등 요즘 교실의 현실을 제대로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시청률은 11% 안팎이다.
전문가들은 시청자들이 ‘학교 2013’에서 느끼는 허전함의 원인을 ‘테리우스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야생마 같은 거친 느낌을 주면서도 슬픈 눈빛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반항아가 등장했다. ‘학교1’의 강우혁(장혁)이 대표적이다. 아웃사이더 우혁은 이어폰으로 혼자 ‘비틀스’ 음악을 들으며 우수에 젖은 눈빛을 흘린다. 그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대신해 싸운 뒤 “건드리는 놈은 가만 두질 않아”라고 외치는 터프가이다. ‘학교2’에서는 김래원, ‘학교3’에서는 조인성이 비슷한 이미지로 출연했다. ‘학교4’에서는 공유가 ‘귀여운’ 반항아로 등장했다.
하지만 ‘학교 2013’에는 장혁 조인성처럼 젊음과 반항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테리우스형 반항아가 없다. 제작진은 “학교 1∼4에서 나온 테리우스형 캐릭터와는 다른 형태의 반항아를 설정했다”며 “요즘 남학생들의 모습을 최대한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 2013’ 중 반항아에 해당되는 캐릭터는 고남순(이종석)이다. 일진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춘 남순은 생활고에 꿈도 희망도 없는 자조적 인물로 그려진다.
연출자인 이민홍 PD는 “가정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체육 등이 제외된 입시 위주의 수업으로 남학생들이 여성화됐다”며 “이런 현실 때문에 고독하면서 투박한 반항아보다 여성성이 가미된 섬세한 아웃사이더의 감성을 더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캐스팅 역시 선이 굵은 미남 배우보다는 눈이 작고 오종종하게 생긴 이종석이 낙점됐다.
이 드라마는 입시와 취업난 속에 자조적으로 변한 요즘 학생들의 심리, 교권이 붕괴되고 있는 오늘날의 학교 현실도 강조하다 보니 극중 교사 비중도 커졌다. 과거처럼 멋진 테리우스만 강조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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