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1990년 이후 재부팅된 한국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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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사의 인식/박인휘 강원택 김호기 장훈 엮음/584쪽·2만8000원·한길사

최근 관심이 커진 ‘87년 체제론’은 1987년 민주화운동을 현재 우리 사회의 전환점으로 인식한다. 이와 달리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기원을 1989년 독일 통일과 1991년 소련 해체를 전후한 탈냉전기에서 찾는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시대 인식이 냉전체제의 출범을 기원으로 삼는다면 이 책의 시대 인식은 탈냉전체제의 출범에서 그 기원을 찾는 셈이다.

16명의 현직 교수들로 구성된 이 책의 필자는 이런 인식 아래 △정치·외교 △북한 △경제 △사회와 역사 인식 등 네 분야로 나눠 지금 여기 한국 사회의 현상과 문제를 진단한다.

이 책은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설명함에 있어 1987년 6월 항쟁보다는 1990년 3당 합당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거기엔 국내 정치의 냉전적 구조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3당 합당으로 좌절되고 왜곡됐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고, 3당 합당을 통해 한국 정치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구조로 재편됨으로써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됐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대북정책이나 외교에서도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의 탈냉전적 북방정책과 7·7선언 그리고 임수경의 방북을 그 실마리로 삼아 풀어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대북정책과 대미외교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펼쳐지게 됐고 한반도를 뛰어넘어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지정학적 상상력이 전개됐다고 본다.

경제 영역에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확대와 시장 중심 체제로의 전환이 초래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가 됐음을 환기시킨다. 사회문화 분야에선 분명 민주화의 산물이지만 탈냉전으로 더욱 가속화된 개인주의화, 문학작품의 탈서사화, 역사 인식의 전환을 조명한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탈냉전사의 인식#87년 체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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