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못말리는 중국인들의 옛 詩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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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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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도 詩구절 빌려 운치있게 표현

중국과 중국어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깊어지면 중국 옛 시(詩)와 사(詞·본래 노랫말에서 시작된 시보다 자유로운 형식의 운문)를 접하게 된다. 중국에서 시와 사는 애호가들의 취미를 넘어 일상화됐다. 중국인은 시를 읽지 않으면 역사를 제대로 알기 어렵고, 문화의 정수를 제대로 맛보기 어려우며, 하늘과 땅, 풀과 나무의 마음을 느끼기 어렵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시의 은유와 비유를 통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마음과 뜻을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그 사례는 숱하다. 좀 더 높은 경지를 원할 때나 승진 출세를 바랄 때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라고 즐겨 쓴다. 당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관雀樓)’라는 시의 한 구절로 “한 층 더 오른다”라는 뜻이다. 앞 구절인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천리 밖의 풍경을 보고 싶어)’과 이어 읽으면 맛이 더욱 살아난다. 한 층 더 오르는 이유가 남보다 더 잘나고 싶어, 권력을 더 누리기 위해, 부귀와 명예를 더 누리려는 세속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처불승한(高處不勝寒)’이란 시 구절도 있다. “높은 곳에서 추위를 이기지 못할까”라는 뜻이다. 승진 출세 등을 고사하거나 뜻하지 않은 일로 낙마했을 때 많이 쓰인다. 높은 곳을 높은 직위로, 추위를 남들의 질투와 시기, 본인이 느끼는 외로움으로 바꿔 생각하면 뜻이 다가온다. 북송의 시인 소식(蘇軾·호인 동파로 더 알려짐)의 ‘수조가두(水調歌頭)’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런 구절들은 중국인들이 대부분 알고 신문 등 매체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현대 중국 초중고교생들은 옛 시를 모두 200수 정도 배운다고 한다. 이런 탄탄한 기초 아래 일상용어에서 옛 시의 표현들이 살아 숨쉬는 것이다.

중국의 고위 관리들도 예부터 옛 시를 빌려 마음과 뜻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중순 태국 방문길에 시 구절을 읊었다.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의 ‘이소(離騷)’ 가운데 ‘내 마음의 선한 일은 아홉 번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다(亦余心之所善兮, 雖九死其猶未悔)’와 ‘청렴결백하게 살고 바르게 죽는 것을 옛 성인은 중하게 여겼다(伏淸白以死直兮,固前聖之所厚)’라는 두 구절이다. 퇴임을 앞두고 가족 축재설에 휩싸인 원 총리가 결백을 옛 시로 주장한 것이다.

이런 관습과 문화 때문에 중국 서점에는 옛 시 코너가 제대로 마련돼 있다. 전문 해설서부터 일상 대화에서 많이 인용되는 구절만 발췌해 모아둔 실용서 등 접근 방법도 다양하다. 인터넷서점인 당당망의 옛 시 분야에서 이달 초순 현재 가장 사랑을 받는 책들을 소개한다. 먼저 ‘아름다워 숨이 막히게 하는 당시(美得令人窒息的唐詩)’와 ‘아름다워 마음을 취하게 만드는 송사(美得令人心醉的宋詞)’가 있다. 올해 8월 출판됐으며 시인별로 대표작들을 모았고 또 시의 대표적 구절을 간략히 설명한 책이다. 실용서적 성격이 강하다. 9월에 나온 ‘한 권으로 읽는 가장 아름다운 옛 시사(一本書讀A最美古詩詞)’는 상하 2권으로 돼 있다. 유명 시의 핵심 구절을 두고 길게 설명하고 있다. 유명 문화학자인 베이징사범대 위단(于丹) 교수의 ‘가장 아름다운 옛 시와 사를 복습하다(重溫最美古詩詞)’도 인기를 끄는 책이다. 봄, 가을, 밝은 달, 전원풍경 등 상황별로 유명 시구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위 교수의 생각을 담아 냈다. 위 교수의 풍부한 지식이 돋보인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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