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일한 특성으로 여겨지는 언어는 언제 어떻게 발생했을까. 그 답은 우리의 목에 있는 작은 기관, ‘후두’에 담겨 있다.
박진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인간의 후두가 다른 영장류에 비해 훨씬 아래에 있는데, 그 경우 발음기관의 모양이 일자형이 아닌 ㄱ자형 튜브가 돼 더 많은 소리를 구분해서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왜 후두가 내려갔을까. 후두가 밑에 있으면 발성기관 튜브의 길이가 길어져 소리가 낮아진다. 대개 몸집이 큰 동물이 낮은 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는데, 몸집이 작았던 인류는 낮은 목소리를 냄으로써 천적이나 경쟁자로 하여금 자신을 실제보다 더 크게 느끼도록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어나고 발달한 언어가 문명의 시발점이 됐다니, 이 분석대로라면 ‘후두의 하강’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나비효과’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강신주 서동욱(이하 철학) 우석훈(경제학) 강유정(문학) 박진호(국어학)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31명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최신 지식 및 담론에 대해 쓴 글을 총 6부에 걸쳐 실었다. 중심축은 ‘인간의 한평생’. 탄생(1부)부터 몸과 마음(2부), 노동(3부), 유희(4부), 재앙(5부), 노화 및 죽음(6부)까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다. 앞서 설명한 박 교수의 글 ‘인간은 어떻게 언어를 가지게 되었나’는 탄생을 다룬 1부에 담겼다.
묵직한 제목과 달리 최신 사례를 저마다 새로운 담론으로 풀어내 내용이 톡톡 튀고 도발적이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글로벌스타일로 발전한 이유를 ‘밈(meme)’ 이론으로 설명한다. 밈은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유전자처럼 기억에 저장되거나 복제되는 문화요소를 지칭한 말. 장 교수는 “싸이의 말춤이 전 세계인의 뇌와 몸을 통해 계속 복제되는 이유는 쉬워서가 아니다. 전 세계인 누구나 알고 이해하는 동작을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별’이라는 누구나 아는 개념을 복제하는 게 어떤 사물을 따라 그리는 것보다 쉽다. 아무리 그 사물이 단순하다고 해도 그렇다. 말춤은 모든 인류가 공유한, 그래서 복제 충실도가 높은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 ‘신이 아닌 인간이 창조한 합성생명체’ ‘진시황의 꿈이었던 불멸(不滅)의 가능성’ ‘외계 생명체 발견의 의미’ 등 뇌를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하다. 한편으로 지나치게 점잖은 제목과 편집 및 디자인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켜 아쉬움을 준다.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지식을 440쪽짜리 책 한 권에 담아낸 만큼 개별 글 자체는 개론 수준에 머물러 깊이 있는 지식을 담아내진 못한다. 대신 저자 31명에 대한 설명과 저서 등을 충실히 소개해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서는 해당 저자가 쓴 다른 저서를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 점을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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