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불안한 마음 문학이 위안… 경제회복기엔 자기계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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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예스24 ‘올해의 책’ 10년으로 본 대한민국 트렌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은 그 시대의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지난 10년 간 선정된 예스24 ‘올해의 책’에도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들은 경기침체나 안보 불안 시기에는 문학 속으로 도피하고, 경기 회복기에는 비즈니스와 자기계발에 열광했다.

○ 시대를 타는 ‘올해의 책’

2003, 2004년은 대내적으로는 대구 지하철 참사와 태풍 ‘매미’로 인한 재해,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 위기의 발발로 어수선했다. 불안한 독자들은 문학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올해의 책’ 24권에는 문학이 10권, 이듬해엔 16권 포함됐다. 2003년 1위를 차지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찰력과 상상력, 통찰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2004년 1위에 오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역사와 허구가 결합된 ‘팩션(faction)’ 소설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5∼2007년은 경기가 회복되고 코스피가 나날이 치솟은 활황이었다. 경제성장에 자신감이 붙은 독자들은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도서를 많이 찾았다. 2005년 1위는 경쟁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김위찬·르네 마보안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공저 ‘블루오션 전략’이 차지했다. 2006년에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2007년에는 론다 번의 ‘시크릿’이 1위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 2009년에는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도서의 인기가 식고 문학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08년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2009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1위에 올랐다. 2008, 2009년에는 ‘올해의 책’ 24권 중 문학이 각각 13권, 10권이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면서 2010, 2011년에는 인문·교양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010년에는 ‘정의’라는 화두를 불러일으키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1위로 뽑혔다. 2011년에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인기를 타고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가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출판계의 화두는 ‘힐링’이었다. 경기침체와 실업, 과도한 경쟁으로 상처받은 독자들은 마음을 다독여주는 힐링 에세이를 선택했다. ‘올해의 책’에 선정된 문학 분야 도서 9권 중 7권이 에세이였다. 이런 추세 속에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올해의 책’ 1위에 올랐다.

○ 핫셀러 vs 스테디셀러

예스24 ‘올해의 책’은 특정 이슈와 더불어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핫셀러(hot seller)’와 최소 2년 이상 꾸준히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로 나뉜다.

올해의 핫셀러는 ‘안철수의 생각’이었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대선 출마 여부가 불분명했던 당시 그의 책은 출간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출간 다음 날인 7월 20일에만 예스24에서 1만2000권이 팔려 분당 8.3권씩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안철수의 생각’은 예스24 창사 이래 하루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인기와 스티브 잡스의 추모 열기로 그해 종합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도가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생각 버리기 연습’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등이 핫셀러로 꼽혔다.

2010년 5월 출간 이후 3년 연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정의란 무엇인가’는 대표적 스테디셀러다. ‘인생수업’ ‘꿈꾸는 다락방’ ‘시크릿’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마법천자문 1’ ‘완득이’ ‘엄마를 부탁해’도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지난 10년간 예스24 ‘올해의 책’ 목록에 가장 많은 작품을 올린 저자는 소설가 공지영이었다.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사랑과 이상을 잃고 삶의 방향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그린 연작 ‘별들의 들판’이 2004년 선정된 이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 ‘도가니’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의자놀이’까지 모두 8권이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이어 베르나르 베르베르(‘나무’ 외)와 파울로 코엘료(‘11분’ 외)가 각각 5권의 작품을 목록에 올려 ‘올해의 책’에 두 번째로 많이 선정된 저자가 됐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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