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사로 읽는 일본근현대사
역사교육자협의회 엮음·김한종 외 옮김/336쪽·1만8000원·책과함께
빡빡한 학교생활에서도 학생들은 소풍과 수학여행이 있어 설레기 마련. 그런데 옆나라 일본에서 초창기 소풍과 수학여행은 지금과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일본의 기록상 최초의 소풍은 1885년 후쿠오카 도요쓰중학교에서 시작됐다. 전원 모자를 쓰고 양복이나 하카마(‘바지’라는 뜻의 일본 전통의상)를 착용해야 했다.
1886년 도쿄사범학교가 실시한 ‘장도원족(長途遠足)’ 보고서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금일 본교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장도를 시행한 것은, 하나는 병식(兵式) 조련을 연습하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현장에 가서 학술연구를 하려는 목적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총기와 배낭에 외투와 모포를 꾸리고, 병서 몇 권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떠났다. 12일간 공포를 쏘는 연습과 병사 배치 연습을 하고 날씨 조사, 조개류 채취, 지도 그리기 등을 했다.
일본에서 정착된 근대 학교제도와 학교생활은 국가의 정치적 정책적 목표의 산물이었다. 이 책은 수업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 교복, 급식, 청소당번, 운동회, 시험, 통지표 등 학교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기원을 추적한다. 이 책을 엮은 일본의 역사교육자협의회는 전전(戰前) 일본의 군국주의 교육을 철폐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다.
일본의 단체가 일본 근현대 학교사를 서술한 책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학교 및 교육제도를 성찰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학교와 교육은 일본 근대의 제도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학교와 교육에 남아 있는 일본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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