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행복이란… 내 주변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찾는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그래도 행복해지기/신달자 외 지음/260쪽·1만3000원·북오션

“올 한 해 행복하셨습니까?”

잠시 머뭇거렸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내년은 행복할까요?”

바쁘게 달려온 한 해의 끝자락에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어떨까.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사람도 연말이면 이렇게 되짚어 보게 된다. ‘내가 잘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행복한가.’

한 해를 정리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신달자 김별아 노경실 허영자 방귀희 서정윤 윤후명 장석주 등 문인부터 황수관 박사, 김병준 변호사, 손욱 전 농심 회장까지 총 23명의 각계 인사가 쓴 행복 에세이를 모았다. 행복은 어딘가에서 불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의 소중한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소설가 김별아가 전하는 행복은 한 마리 백로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작가의 동생은 천변을 달리다 백로 한 마리를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다가가자 백로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날아간다. 다시 쫓아가면 다시 도망가는 반복 끝에 동생은 수십 마리의 백로가 모인 곳에 닿는다.

장관을 봤으니 기뻤다고? 아니다. 당황했고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토록 쫓던 백로가 한 마리였을 때는 유일하고 소중한 가치였지만, 수많은 다른 ‘가치’들이 등장하는 순간 이내 종전의 빛을 잃어버렸기 때문. 백로는 우리가 쫓는 행복이다. 다른 사람이 쫓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흰 새 한 마리를 찾아야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역경은 때로 행복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인 수필가 방귀희는 장애가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장애가 씻을 수 없는 낙인이지만 장애 때문에 얻은 프리미엄도 많다. 만약 내 인생에서 장애를 빼고 나면 난 그저 아주 평범한 여자였을 것이다”라고 털어놓는다. 소설가 이채윤은 한때 섬유공장 사장이었지만 공장이 부도난 뒤 전업 작가로 인생행로를 바꿨다. 그는 사업하는 옛 지인들이 과로사로 쓰러지는 것을 본 뒤 뜻하지 않은 부도가 귀한 ‘선물’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일상에서 행복 찾기’ ‘자신만의 행복 찾기’ 등 책이 전하는 행복론은 익히 들은 듯하며 특별히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정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인생에는 공통된 정답이 없으며, 자신의 행복을 채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너그럽고 관대하며 긍정적일 것. 그러면 내 행복 점수가 좀 올라가지 않을까.

양애경 시인의 시 ‘조용한 날들’의 일부를 덧붙인다. 새해에는 소소한 일상에 숨은 행복을 찾는 밝은 눈을 갖기 바란다. ‘행복이란/사랑방에서/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둥당거리던 기타 소리/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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