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가 그린 임꺽정이 버려져 있기에 들고 왔지. 나중에 본인에게서 사인도 받아 잘 간직했어요. 훗날 꽤 좋은 가격에 팔았다니까.”
최근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그린 김성환 화백(80·사진). 그는 1960년대 한 신문사 쓰레기통에서 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이 그린 ‘임꺽정’ 삽화를 발견했다. 당시만 해도 삽화를 미술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조가 강했기에 신문이나 잡지, 책 등에 인쇄해 실은 후 원화(原畵)를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운보의 임꺽정 삽화 역시 그렇게 버려진 것.
김 화백이 그린 만화도 50여 년 전엔 쓰레기통을 전전하는 일이 잦았다. 그는 광복 후 연합신문에 만화 ‘멍텅구리’를 투고했다. 20여 차례 만화를 그려 보냈는데 15회 정도 연재되더니만 어느 날부터 게재가 중단됐다. 김 화백은 당시엔 연재 중 아무런 통보 없이 ‘잘리는’ 일이 잦아 자신도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연합신문에 보냈지만 실리지 않은 ‘멍텅구리’ 만화가 한 만화잡지에 게재된 것을 확인했다. 잡지사에 찾아가 따졌더니 사장이 “연합신문 편집국에 만화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어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가져다 썼다”고 변명했다. 김 화백은 그날 바로 그 잡지사와 계약하고 ‘멍텅구리’를 정식으로 연재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삽화나 만화가 얼마나 하찮은 취급을 받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일화이지요. 그래도 세상이 달라져 운보의 그림은 아주 비싼 값에 팔리고, 제 만화도 문화재로 등록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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