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과 번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어 한다. 경쟁사보다 위기를 조기에 탐지해 대응하고 기회를 포착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하고 미래 경쟁력도 대비해 위기 이후까지 대비하려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들은 전략기획실, 기획조정실, 종합기획실 등 다양한 이름의 기획부서를 두고 있다. 이들 조직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예측하고 각 사업부의 성과와 전략을 검토한다. 또 기업 내 자원을 파악하고 배분하며, 이듬해의 사업 내용을 확정하고 예산을 배분하면 기업의 전략이 완성된 것으로 착각한다.
문제는 이런 계획 작업이 붕어빵 찍듯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매년 이뤄지지만,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르는 전략적 사안을 해결해주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시스템에 대한 과신으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때 초우량 기업이었던 코닥이 대표적이다. 코닥은 경쟁사보다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먼저 개발해 핵심 역량을 확보했지만 코닥의 기획부서는 신기술보다는 기존의 주력 사업인 필름 사업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전략’은 높은 수준의 기업 경영 활동으로 여겨지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장 혼란스러운 용어로 간주되고 있다. 복잡한 기업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는 전략은 애초부터 없다. 더욱이 최신 유행처럼 새로운 전략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헤어 나오기 힘든 정글과도 같다. 경영 현장에서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 변화 속에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사업 여건이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전에 분석해 모든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한 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인정하자는 게 이 책을 읽은 뒤 내린 결론이다. 그러므로 경영진은 좌뇌의 합리성이나 분석력 못지않게 우뇌의 감수성과 직관력을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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