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3]단편소설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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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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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울한 자화상이 묘한 정감

오정희 씨(왼쪽)와 성석제 씨
오정희 씨(왼쪽)와 성석제 씨
본심에 올라온 여덟 편의 작품 가운데 ‘달수 씨를 찾습니다’는 고시원의 곤고한 청춘의 일상을 비교적 차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달수 씨의 실종과 자가 증식을 상징하는 듯한 임신 등의 도착적 상황이 기대했던 반전이나 도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예상대로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아쉬웠다. ‘자메이카’는 이야기 전개가 차분하고 납득할 수 있는 고리로 연결되면서 적당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부분에서 심리적 상황이 과장되고 충동적이라 이제까지 공들여 쌓은 것이 의미 없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옷장에는 옷을’은 옷장에 목을 매고 죽으려는 사람, 그 사람과 옷장의 얽힌 관계와 인연, 죽음을 택한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긴장을 조성하지만 마지막 부분이 김이 빠진 풍선처럼 ‘상식’으로 돌아간 것이 허망하다는 느낌을 준다. ‘실종’은 40, 50대 중년 남자들이 생각하고 살아가고 발언하는 것, 혹은 침묵과 우울을 소설로 옮겨놓은 것이 만만치 않은 작가의 저력을 느끼게 해주지만 마지막에 조금 더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선작 ‘펑크록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참신하다. 항용 이런 스타일의 소설에 있기 쉬운 작은 실수도 보기 어렵다. 펑크록을 좋아하던 사람들, ‘좋아하여 좋아 보이고 좋던’ 시절을 흘려보낸 그들의 우울한 자화상, 남루한 초상이 묘한 정감을 자아낸다. 그것은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를 흘려보낸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다.

오정희, 성석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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