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음식 노래…혀까지 감동 ‘완득이’ 한 소년의 성장스토리 훈훈 ‘이기동체육관’ 상처입은 사람들 이야기
강추위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는 요즘이다. 이럴 때 훈훈한 온기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힐링’ 공연을 관람하며 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세 편의 공연을 소개한다.
● 눈과 귀는 물론 혀까지 ‘감동’…‘심야식당’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국산 창작 뮤지컬. 일본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 뒷골목의 간판도 없는 작은 식당이 배경이다. 밤 12시부터 아침 7까지 문을 열어 ‘심야식당’이라고 불린다.
메뉴라고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하나지만 손님이 주문을 하면 ‘마스터’라 불리는 주인이 ‘만들 수 있는 한 다 만들어 제공한다’라는 것이 가게의 방침이다.
손님들이 각자의 사연이 담긴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벌어지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28년 동안 게이바를 운영하는 게이 코스즈, 밤무대 스트리퍼 마릴린, 야쿠자 간부 켄자키 류, ‘오차즈케 시스터즈’로 불리는 노처녀 삼인방, 잘 안 팔리는 엔카 가수 미유키 등이 심야식당의 단골손님들.
‘명란젓 송’, ‘버터라이스’, ‘김치 송’, ‘꽁치 송’ 등 등장하는 음식을 소재로 한 노래를 듣는 재미는 만화, 영화,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볼 수 없었던 뮤지컬만의 ‘맛’이다. 2월 17일까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 사춘기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 … 완득이
영화로 만들어져 500만 관객을 동원한 김려령 작가의 소설 ‘완득이’가 연극에 이어 뮤지컬로 태어났다. 싸움밖에 할 줄 모르는 사춘기 소년 완득이가 꿋꿋하게 커 나가는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가난한 달동네에서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살며 기억조차 없는 베트남 엄마까지 맞닥뜨리게 되는 완득이는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놈’이라고 부르지만 결국 행복은 주변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삶의 진실을 깨달아가게 된다. 빠른 극의 전개, 킥복싱 동작을 바탕으로 한 앙상블의 군무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3월 23일까지 서울 대학로의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 땀으로 치유받는 연극 … 이기동체육관
2011년 이 작품에 청년 이기동으로 출연했던 배우 김수로가 제작PD로 나서 제작한 연극이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흘리는 땀만으로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땀 냄새가 흠뻑 배어나는 작품이다. 갖가지 인생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체육관에서 권투를 배우며 치유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마치 심야식당을 링으로 옮겨다놓은 듯하다.
배우들이 빠른 음악에 맞춰 4분 40초간 일제히 셰도 복싱과 줄넘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숨이 턱에 찰 듯 가빠온다. 20일까지 서울 명륜동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