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도서의 특별판은 고급 양장본으로 표지만 바뀔 뿐 내용은 별 차이가 없어 가격만 비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발행된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이방인’ 출간 70주년 기념 특별판은 세계적인 일러스트 화가가 재해석한 ‘그래픽 노블’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러스트 이방인’(책세상)은 1942년 출간 후 750만 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방인’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새롭게 편집했다. 카뮈 탄생 100주년, ‘이방인’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 책은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 호세 무뇨스가 일러스트 작업에 참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인 무뇨스는 카뮈의 텍스트를 형상화하기 위해 두 차례나 알제리를 방문했으며,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숨 막히는 부조리로 가득 찬 실존주의 소설 속 현실을 재현해 냈다. 이 책의 백미는 작열하는 태양을 향해 겨누어진 권총과 그것을 쥔 주인공 뫼르소의 손이 알제리 건축과 미술작품 특유의 모자이크 양식으로 표현된 그림이다.
책은 기존 책의 두 배 크기의 대형 판형(가로 18.8cm, 세로 25.7cm)이다. 날카롭고 묵직한 70여 점의 삽화가 작가의 건조한 문체와 어우러져 긴장감을 더한다. 텍스트로만 읽던 ‘이방인’과는 시각적 배열과 물리적 공간감이 다른 편집본으로 소장용으로 인기가 높을 법하다.
책세상 김지연 편집팀장은 “하드보일드풍의 선 굵은 그림체 때문에 남성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책은 발간 1주일 만에 초판 2000부에 대한 추가주문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문학동네는 스테디셀러인 ‘꼬마 니콜라’ 1∼5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합본호(855쪽) 초판 2000부를 ‘특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르네 고시니의 글과 일러스트레이터 장자크 상페의 그림이 어우러진 ‘꼬마 니콜라’는 1959년 벨기에 만화잡지 ‘필로트’에 연재되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던 작품. 하드케이스로 선물처럼 포장돼 있는 ‘꼬마 니콜라’ 합본호에는 장자크 상페의 일러스트가 곳곳에 그려져 있는 양장노트 한 권도 함께 들어 있다. 줄이 없는 노트는 상페의 그림처럼 주변의 인물이나 사물을 스케치할 수 있고, 메모를 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문학동네 안나영 책임편집자는 “‘꼬마 니콜라’의 오랜 팬들도 합본호와 노트를 구하기 위해 다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도 잘 만든 ‘한정 스페셜 에디션’은 수집가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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