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작한 스마트폰 속 ‘페이스북’은 계속 놀라움을 안겨준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다른 이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대화의 방식은 새롭지만,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자체는 예전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찾기와 ‘좋아요’ 클릭으로 나타내는 관심, 댓글을 통한 반응 등 말이다.
오늘은 대화를 통해 식물과 친구가 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식물과의 대화에도 기본적으로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같은 룰이 적용된다. 대화에는 우선 기술이 필요하다.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써야 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하며, 상대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이것을 식물과의 대화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친구 사귀기의 기본이 이름 알기인 것처럼 먼저 식물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아쉽게도 주변의 많은 이가 식물의 이름을 잘 모른다. “저기 노란 작은 꽃은 얼마예요?”라든가 “이 빨간 꽃 참 예쁘네요”처럼 말이다. 당신은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가? 새로운 식물을 집에 데려왔을 때 화분에 이름표를 붙여두고 물을 줄 때 한 번씩 불러주면 기억에 도움이 된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식물의 이름은 올바르지 않은 경우가 가끔 있고, 이름 없이 팔리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학명 외의 이름이 없을 때는 아예 당신이 그 친구의 별명을 붙여주는 것도 좋다.
다음으로는 새 친구가 몇백만 년 동안 살았을 고향과 그곳의 기후를 알아보자. 우리는 친구를 처음 사귈 때 흔히 고향과 집안 사정을 물어본다. 사실 이 정도만 알면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정보는 얻은 셈이니 ‘아는 친구’ 정도는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절친’이 되려면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환경에는 햇빛, 온도, 물, 토양이 있다. 이 중 특히 햇빛이 중요하다. 새 친구가 얼마나 햇빛을 좋아하는지를 알아내 알맞게 볕을 쪼여 주면 무척 즐거워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친구가 좋아하는 온도와 물의 양, 흙의 종류를 찾아서 즐겁게 해주자.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이가 다음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정보를 얻으려면 얼마나 책을 봐야 하나. 친구 하나 사귀려고 공부를 엄청나게 해야 하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친구 사귀기 위해서 이렇게 공부를 할 리는 없다. ‘인간 친구’를 사귈 때도 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식물은 동물과 달리 즉각적인 반응이 없거나, 반응이 너무 느려 인간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일단 관심을 가지면 식물의 행동을 관찰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다.
관심과 대화의 시간을 따로 정하는 것도 좋지만, 물을 줄 때만 대화해도 된다. 원래보다 줄기의 마디와 마디 사이가 길어졌다면 그 친구는 “나는 햇빛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사실 우리가 실내에서 기르고 있는 많은 식물은 항상 이렇게 웅얼거리고 있다. 초봄의 꽃식물들을 따뜻한 실내에 두었을 때 그들의 잎자루와 꽃대가 축 늘어진다면 너무 덥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줄기의 밑잎이 유난히 많이 떨어지는 것은 목이 마르거나 화분이 너무 작아 답답하다는 원성인 경우가 많다.
많은 이가 속상해하는 식물의 병충해는 위와 같은 식물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두었다가 식물의 몸이 스트레스로 쇠약해져서 발생하는 것이다. 즉, 나와 대화에 실패한 외로운 식물은 병에 걸리기 쉽다.
이렇게 이야기해 놓고 보니 식물이 온통 투정만 부리는 까다로운 친구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꽃으로 활짝 웃는 친구의 웃음소리를 들으려면 약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많은 독자의 마음속 페이스북에 ‘벤자민고무나무님이 ○○님의 친구요청을 수락했습니다’ 같은 글이 올라오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