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9%를 넘겼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 3.3%(국제통화기금 추정)보다도 1.3%포인트 낮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한국이 이미 저(低)성장 국가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자의 주장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저성장이 아니라 성장이 정체된 ‘제로 성장의 시대’가 곧 다가온다는 것. 수출 위주의 고(高)성장으로 국가경제 규모를 늘리고 복지 수준을 올렸던 우리에게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왜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는가. 여러 곁가지를 쳐내면 저자의 분석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화석 연료를 비롯한 주요 자원의 고갈 △자원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비용의 증가 △자원과 환경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남발한 정부와 민간의 부채 증가다. 물론 이 전망이 틀릴 수도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대체연료 개발을 비롯한 기술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책은 반론을 편다. 예컨대 몇 년 전만 해도 석유의 대체재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이 꼽혔지만 최근 경제성이 적은 것으로 판명 났다. 자원 위기는 금융 위기로 이어진다. 자원 고갈로 비롯된 저성장 기조는 끊임없는 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현재 경제시스템에 타격을 줘 결국 금융대란, 사회불안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원 고갈로 비롯되는 세계경제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이기에 저자의 분석이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가 제시한 대안들에는 눈길이 간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 같은 기본적인 대안에 이어 사회의 결속력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웃끼리의 정보교환, 협동, 상호부조 등을 통해 제로 성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질의 빈곤 시대를 맞아 ‘마음의 교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이웃 간에 훈훈한 정(情)을 나눴던 앞선 세대들의 삶이 떠오른다. 세상은 돌고 도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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