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는가
조너선 라이언스 지음·김한영 옮김/384쪽·1만8000원·책과함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겠지만, 미국인들은 ‘좀’ 무식하다. 2007년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국인 50% 이상이 이슬람교나 이슬람 세계는 존경할 만한 거리가 전혀 혹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9·11테러의 악몽이 여전하다 해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로이터통신 기자로 터키와 이란 등에서 20년 넘게 취재한 경험을 가진 저자는 이런 상황이 더 어이없었나 보다. 이 책은 한마디로 “바보들아, 서양 문명은 이슬람 문명과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르네상스는 꿈도 꾸지 못 했어”라고 꾸짖는 책이다. 기껏 신학이나 파고들던 유럽 사람들이 십자군 전쟁을 치르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 이슬람의 은혜(?)를 입게 되는지 꼼꼼히 추적한다.
저자는 특히 ‘이슬람 문명의 황금기’라 불렸던 아바스 왕조(8∼13세기) 시절, 당시 이슬람 교단의 지배자였던 칼리프들이 애정을 쏟았던 수도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바이트 알히크마)’에 주목했다. 40만 권의 장서를 자랑했던 지혜의 집은 이슬람 문명의 총체였다. 아라비아숫자 ‘0’의 개념을 도입한 천문학과 수학, 그리스철학까지 꼼꼼히 검토하고 분석한 철학, 유럽 의사들의 교과서로 추앙받던 11세기 ‘의학정전’을 탄생시킨 의학까지…. 서구 중심 시각에 사로잡힌 이들로선 자존심에 상처 입을 만큼 이슬람 문명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슬람의 지혜가 너무 광대해서였을까. 솔직히 책은 ‘좀’ 읽기가 버겁다. 아랍 명칭에 어색한 탓도 있겠지만, 읽다가 자꾸 머리가 뱅뱅 돌았다. 초입에 컬러사진들을 몰아넣고 온통 ‘검은 건 글자, 흰 것은 종이’로 만든 출판사도 원망스러웠다. 아, 이슬람 문명을 좇는 일은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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