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밤 같은 흐림. 당신의 서랍 속 시계. 트랙 #40 The Smashing Pumpkins ‘Tonight, Tonight’(1995년)
지난주 금요일 저녁, 한 음반사 소속 포크 뮤지션들이 총출동한 신년 콘서트에 갔다. 연극배우가 막간 곡을 부르듯 덤덤한 창법으로 노래하는 뮤지션 김목인의 라이브는 음반보다 설득력 있었다. 포크 공연이어선지 객석의 분위기는 경건하리만치 정적이었다.
그때였다. 눈앞의 괘종시계 추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그건 시계추가 아니었다. 여덟 살쯤 돼 보이는 꼬마 아이의 머리였다. 그 남자애는 무대에서 들려오는 통기타의 셔플 리듬에 맞춰 노래가 흐르는 내내 고개를 양쪽으로 세차게 까딱댔다. 적어도 무대와 시각적으로 ‘공명’하는 관객은 그이뿐이었다. 웬일인지 초등학교 때 시내 악기점에까지 가서 산 알토 리코더로 합주했던 ‘할아버지의 괘종시계’가 떠올랐고 TV 속 어린이합창단의 어색한 고갯짓이 생각났다. 왜 나 같은 어른들은 더이상 고개를 흔들지 않는 걸까. 우리 시계는 멈춰 버렸을까.
그 순간, 머릿속에서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프킨스의 ‘멜론 콜리 앤드 더 인피니트 새드니스’ 앨범(1995년)의 사실상 첫 곡인 ‘투나이트, 투나이트’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공연에 집중하지 못해 미안하다.) 오케스트라와 밴드 연주가 동이 트듯 희망차게 시작되는 전주 이후, 전자 기타의 맑은 분산화음과 함께 스네어 드럼 가장자리와 하이햇 두드리는 소리는 ‘째깍째깍’ 시계 소리처럼 행진한다. 보컬 빌리 코건이 간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한다. ‘시간은 결코 시간이 아니야/당신은 젊음의 조각을 남기지 않고는 결코 떠날 수 없어/그리고 우리 삶은 영원히 변해버렸어/우린 결코 예전 같지 못할 거야.’
몇 년 전 서랍 안에 처박아 둔 손목시계가 떠올랐다. 그건 아직 째깍거리고 있을까. 스마트폰이 가리키는 똑똑한 시간은 우릴 어디로 데려갈까. 밤은 깊어가고 머릿속 노래는 계속됐다. ‘불가능한 게 가능해지는 오늘밤/날 믿어, 내가 널 믿듯. 오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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