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유명인들의 연이은 자살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동물도 자살을 하나? 자살은 인간만의 행동인가? 》
지금까지 여러 동물 종에서 자살과 유사한 행동이 관찰되어 왔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들의 자살 행동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간의 행위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동물이 친지를 잃으면 슬퍼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여러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돼 왔다. 이런 행동은 자의식과 관련돼 있으며 따라서 포유류나 일부 조류처럼 고등한 동물만이 인간처럼 의도적으로 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 엑시터대의 에드먼드 램스든과 맨체스터대의 덩컨 윌슨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개, 깊은 우울증에 빠진 말, 해변에 몸을 던지는 고래 등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물들의 사례에서 얼핏 인간의 자살 행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 동물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망가져 자기 파괴적 행동에 이르며, 이는 굳이 ‘선택’이라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주인이나 동료에게 강한 애착감정을 지닌 개의 경우 이들을 잃고 슬픔에 빠져 죽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이탈리아에선 셰퍼드가 주인을 잃고 위험한 철길에 습관처럼 엎드려 있었다. 철도 근무자들이 개에게 돌을 던져 쫓아냈지만 개는 철길로 되돌아오곤 했다. 어느 날 이 개는 기차가 오는 것을 피하지 않고 자살을 택했다.
레밍쥐는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이지만, 개체군이 과잉 상태에 이르면 한 군데에 모여 집단으로 물속에 몸을 던진다. 물론 이는 스스로 선택한 행동으로 보이지 않지만, 결과가 자살적 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자살 행동을 신경생리학으로 설명하려는 학자들도 있다. 기생충인 톡소포자충을 쥐의 뇌에 감염시키면 천적인 고양이에게 당하고 있다는 상상을 불러일으켜 자살적 행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톡소포자충은 인체로 들어오면 뇌로 들어가 시간이 갈수록 뇌 속의 미세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2009년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도 재발성 정신장애 환자의 연구에서 톡소포자충 항체 농도가 높은 환자들은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보고했다.
사회생물학과 진화생물학에서는 동물의 자살을 어떻게 설명할까. 진딧물은 무당벌레의 위협을 받으면 자기 몸을 터뜨려 주변의 가족을 보호하며, ‘자살폭탄’처럼 무당벌레를 죽이기까지 한다. 전갈이 불길에 휩싸이면 스스로 몸뚱이를 찔러 자살적 행동을 하는 것은 일종의 본능이라는 주장도 있다.
꿀벌의 자살 행동은 진화생물학적으로 의미가 크다. 침입자가 나타나면 일벌은 자신의 침을 침입자의 살에 박아 죽고 만다. 이런 자살적 행동을 이타행동이라 한다. 왜 일벌은 한 번 침을 쏘면 그 침뭉치가 뽑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행동하도록 진화했을까? 사회생물학자들은 그 종에 유전적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은 인간이 현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자살은 우울증 혹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병리학적 현상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매우 어려워 보인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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