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입은 변기, 문화감상 OK… 여기 욕실 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 욕실은 지금, 럭셔리로 변신 중

욕실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화한 욕실이 있는 집이라면 손님이 찾아왔을 때 문을 활짝 열어 보여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칸스탠더드의 ‘IDS컬렉션’ 중 ‘다이내믹 스위트’. 아메리칸스탠더드 제공
욕실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화한 욕실이 있는 집이라면 손님이 찾아왔을 때 문을 활짝 열어 보여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칸스탠더드의 ‘IDS컬렉션’ 중 ‘다이내믹 스위트’. 아메리칸스탠더드 제공

‘화장실’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200여 년 전이다. 화장실을 뜻하는 ‘WC(Water Closet)’ 또는 ‘토일렛(toilet)’이라는 단어는 본래 말 그대로 ‘화장을 하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18세기 말 영국의 수학자인 알렉산더 커밍은 지금처럼 배수 파이프가 ‘N’자로 휘어 있는 수세식 변기를 발명했다. 악취가 진동하던 구식 변기에서 드디어 탈출한 것이다. 깔끔해진 변기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당시 집 안에서 상하수도가 드나드는 공간은 화장실이 유일했기 때문. 그때부터 화장실과 변기가 공존하기 시작했다.

욕실의 이런 구성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1958년 서울 성북구에 들어선 ‘종암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수세식 변기가 집 안에 설치된 첫 사례였다. 당시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말 현대적인 곳”이라며 축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 화장실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진화를 거듭했다. 21세기 욕실은, ‘스마트’와 ‘맞춤형’의 대세를 받아들이고 다시 진화의 날개를 펴고 있다.

진(眞)=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욕실

미국, 유럽, 일본은 전통적으로 건식(乾式) 욕실이 많다. 변기와 세면대, 욕조에서 물을 쓰지만 바닥에는 물기가 없는 것이 기본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욕실의 90% 이상은 습식(濕式)이다. 바닥에도 물이 빠질 수 있는 배수구가 있고, 방수가 잘 되는 콘크리트 소재에 타일을 부착할 수밖에 없다.

습식 욕실은 욕실 내에 습기가 많아 관리하기가 어렵고 인테리어도 제한적이다. 김희수 한샘 시스템바스사업부 대리는 “습식 욕조는 환기가 잘 안 되면 곰팡이가 생기는 등 위생에도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완전 건식 형태의 욕실로 리모델링해 주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대림바스의 욕실 인테리어 풀 컨설팅 서비스인 ‘바스플랜’은 욕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가족이 원하는 형태의 욕실을 만들어 준다. 4가지 콘셉트, 12가지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한 뒤 위생도기, 샤워부스, 타일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장 고급형 모델인 ‘리파인드 클래식’은 360도 회전하는 수납장을 욕실 안에 배치하는 등 ‘파우더 룸’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한샘의 ‘하이바스’는 좌식 욕조 또는 샤워 파티션이 포함된 건식 욕실 리모델링을 하루 만에 끝내 주는 서비스다. 습식 욕실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춰 건식 공간과 습식 공간을 분리해 시공한다. 벽에는 콘크리트나 타일 대신 부드러운 소재의 ‘HEW 패널’을 이용해 안전성을 더했다.

선(善)=말 잘 듣는 착한 변기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시트커버를 올리고, 비데를 사용할 때마다 노즐의 위치를 조정해야 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다.

토토 ‘네오레스트 A’는 사람이 다가오면 시트커버가 자동으로 열리고 일어나면 자동으로 닫히는 것을 비롯해 자동 탈취, 자동 세정(물내림) 등 ‘오토 펑크션’ 기능을 탑재했다. 화장실에 들어와서 한번도 변기에 손을 대지 않고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아메리칸스탠더드 ‘레지오’는 인체 감지 시스템 외에도 대소변을 자동으로 구별해 4L의 물과 6L의 물을 선택하는 ‘자동 플러싱’ 기능을 갖췄다. 예전 모델에 비해 물이 내려갈 때의 소음이 50%가량 줄어든 ‘에어드라이브식 사일런스 세정’ 방식을 채택했다.

콜러의 ‘누미’는 6명까지 비데 설정을 기억하도록 하는 ‘프리셋 기능’을 갖추고 있어 매번 비데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 대림바스의 ‘스마트렛’은 인텔리전트 무선 리모컨인 ‘DMB 바스 패드’를 장착해 욕실에서도 DMB와 음악, 영화 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미(美)=디자이너의 손길이 닿다

영국의 헬리어는 1892년 여닫이식 변기인 ‘옵티머스’를 만들며 변기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21세기에는 변기뿐만 아니라 욕실 제품 전부에 디자이너의 감성을 불어넣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메리칸스탠더드 ‘IDS 컬렉션’은 디자이너 아킴 폴, 토머스 피에글 등이 참여한 디자인 브랜드로, 2009년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제품이다. 조약돌이 연상되는 ‘내추럴’, 인체공학을 반영한 ‘클리어’, 미니멀리즘의 ‘다이내믹’ 등 3가지 콘셉트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콘셉트를 섞어서 배치하는 ‘믹스 매치’도 가능하다.

토토 ‘르네쎄’는 시계 브랜드 벨 앤 로스 등을 디자인한 프랑스의 ‘엘리움 스튜디오’와 함께 만든 제품이다. 직선과 원으로 구성된 메탈 형태의 수도꼭지, 오버헤드샤워, 핸드샤워 세트 등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단순미를 극대화했다. 이 외에도 반투명의 합성수지로 만든 세면대 등을 이용하면 욕실에 청결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