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48)는 철학자로는 드물게 요즘 출판계에서 ‘핫’한 저자다. 2011년 출간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은 중년층에 논어 읽기 열풍을 일으키며 15만 부가 팔렸다. 동양고전을 대중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동양고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지금까지 낸 저서와 역서를 합하면 30여 권. 지난해에만 저서 3권(‘신정근 교수의 동양고전이 뭐길래?’ ‘논어’ ‘철학사의 전환’)을 출간한 데 이어 새해 벽두부터 동양고전 에세이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와 기획·번역서인 ‘동아시아예술미학총서’ 1차분 3권을 선보였다.
이 부지런한 동양철학자의 다작 비법과 동양고전의 인기 비결이 궁금해 1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연구실을 찾았다.
―유독 40대 중년 독자를 겨냥하는 이유는….
“40대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대입에 실패하면 재수하고 첫 취업에 실패하면 다시 지원서를 쓸 수 있지만 나이를 더 먹을수록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게 어려워진다. 30대까진 세상에 끌려오는 면이 있었다면 40대부터는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자각하고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 요즘 40대는 수명 연장과 실직 위기로 참 불안한데, 동양고전이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여력이 되면 20, 30, 50대 독자를 위한 책도 쓸 계획이다.”
―요즘은 동양고전이 자기계발서처럼 읽히는 것 같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금의 40대는 과거보다 훨씬 큰 책임감과 결정권을 쥐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과거에는 경영자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면 이제 팀제로 바뀌면서 각 팀장의 자율성이 커졌다. 중간 리더로서 팀을 이끌 때 자신의 지식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보편적 가치와 제도를 돌아보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중년의 자기계발 욕구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동양고전에서 답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다.”
―동양고전 입문서와 해설서가 새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지금은 일종의 전환의 시기다.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 지식정보화, 글로벌 경제체제 등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는 그 의미와 맥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동양고전이 이를 설명할 소스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동양고전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까닭은….
“고전은 지혜의 보고다. 현대인들이 인생의 곳곳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시행착오를 줄이고 팁을 줄 수 있다.”
―논어를 다룬 책을 많이 냈는데(저서 4권, 역서 3권) 신 교수에게 논어란 어떤 의미인가.
“논어는 단순히 공자의 사상만 담은 게 아니라 공자 이전까지 전개되어 온 다양한 사상의 흐름을 종합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다작의 비결이 뭔가.
“평소 여러 저술 작업을 동시에 틈틈이 해놓다가 출판 계약이 되면 집중 마무리 작업을 거쳐 출간하는 효율적 멀티태스킹 스타일이다. 학문적 관심 주제가 확실히 서 있기 때문에 어떤 자료를 읽든 내가 연구할 여러 소주제 중 하나와 관련 있는 자료로 분류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든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이는 습관이 있다. 10분, 20분씩 자투리 작업을 하더라도 다음에 어느 작업부터 이어서 할지를 메모해 놓으면 부팅 시간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내게 휴대전화가 없는 것도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함이다. 글을 쓰다 전화가 오면 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집중 처리할 일이 있을 땐 며칠간 약속을 잡지 않고 나만의 ‘시간 블록’을 쳐놓는다.”
―최근 기획 및 책임번역자로 참여해 ‘동아시아예술미학총서’ 6권 중 ‘중국 현대 미학사’ ‘의경, 동아시아 미학의 거울’ ‘소요유, 장자의 미학’을 우선 출간했다. 동양미학에 주목해 중국학자들의 저서를 소개하는 이유는….
“동양학은 사상 문학 예술 조경 건축 등이 어우러진 융합학문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사상 일변도로만 알려져 있다. 동양학을 예술과 미학의 관점에서 조명해야 동양학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