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화(31)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견디기 힘든 날이 계속됐다. 이런 김정화를 일으킨 건 아프리카의 에이즈 아동 아그네스였다. 봉사활동을 위해 우간다를 찾은 김정화는 아그네스를 처음 만난 날 ‘묘한 느낌’을 받았다. 에이즈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 소녀를 위로하려고 찾은 낯선 곳에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랑을 주려고 갔는데 오히려 제가 사랑을 받고 왔어요. 이성으로부터 받는 사랑과는 다른 느낌이었죠. 내 딸을 만난 느낌이랄까. 모성애가 느껴지더라고요. 이젠 제 딸이 된 아그네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해요.”
김정화는 2009년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아그네스를 처음 만났다. 이후 ‘기아대책본부’를 통해 아그네스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봉사활동이라는 게 거창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냥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에요.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죠. 우리는 그 친구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그들은 우리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 같아요.”
김정화도 마찬가지였다. 아그네스를 통해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톱스타의 길을 걷던 김정화는 삶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됐다. 더욱 힘들었던 건 어머니의 유방암.
“어느 순간 연예인은 제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정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면 공허하고 외롭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방송활동을 중단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죠. 처음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아그네스를 만나면서 삶이 달라졌어요. 그 친구 덕분에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또 어머니가 힘을 많이 주셨어요. 항암치료 때문에 고통이 심했을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돌아가실 때까지 늘 밝게 웃어주셨어요.”
김정화는 아그네스를 만나면서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한 특별한 느낌을 대중과 공유하고자 지난해 11월 에세이 ‘안녕, 아그네스!’를 출간했다. 김정화는 “내가 에세이를 쓰게 될 줄 몰랐다”며 “부끄럽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게 됐어요. 의욕도 생기고요. 저를 항상 응원해 주는 팬들의 고마움도 알게 됐죠. 혹시 저처럼 외로움이나 우울증과 싸우는 분들이 있다면 혼자만 있지 말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저도 곧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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