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테네 해군제국 비결은 우연히 발견한 은광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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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역사를 바꾸다/에릭 샬린 지음·서종기 옮김/224쪽·1만8000원·예경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동인도제도의 금을 찾아 대서양을 가로질러 항해에 나섰다. 1492년에서 1503년까지 네 차례 항해로 서인도제도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를 발견하며 세계의 축이 서방을 향하기 시작했다. 예경 제공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동인도제도의 금을 찾아 대서양을 가로질러 항해에 나섰다. 1492년에서 1503년까지 네 차례 항해로 서인도제도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를 발견하며 세계의 축이 서방을 향하기 시작했다. 예경 제공
나폴레옹 1세(1769∼1821)는 살해당했을까. 위암 때문에 사망했다고 알려진 그의 머리카락에서 검출된 고농도의 비소는 독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비소의 특성을 살펴보면 황제의 거처를 장식했던 벽지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에메랄드 빛깔과 금색 벽지에는 비소를 함유한 안료가 들어 있었다. 그가 유배된 세인트헬레나 섬의 습한 기후에선 곰팡이가 자랐는데 이는 녹색 안료 속에 포함된 비소를 수소화비소로 바꿨다. 이것이 황제를 서서히 중독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인류 문명의 중요한 순간을 바꾼 50개 광물에 얽힌 역사적 사건을 소개한다. ‘역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들’ 등을 펴낸 저자는 광물이 인류의 흥망에 미친 영향을 되짚었다.

은광은 아테네의 번영에 기여했다. 기원전 483년경, 아테네 사람들은 우연히 아티카 동부 해안의 라우리온에서 거대한 은광을 발견했다.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멸망 직전에 놓인 그리스는 이 수익으로 해군 전함 200척을 건조한다. 페르시아 함대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최신 해군 전함으로 적을 살라미스 해협으로 유인해 대승을 거뒀다. 이후 아테네는 에게 해를 지배하며 화려한 제국을 건설했다.

1415년 아쟁쿠르 전투를 프랑스의 참패로 몰아간 것은 영국의 강철 판금 갑옷이었다. 이후 철은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인에게 빠르게 정복당한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한 15세기부터 철기시대가 시작됐다. 잉카와 안데스 산맥의 문명국들은 철 가공법을 알지 못했다.

책은 광물이 가져온 축복과 재앙의 양면도 돌아본다. 아연으로 만든 휴대용 건전지는 전자기술의 발전에 기여했고 텅스텐은 백열등의 필라멘트로 쓰여 어두운 밤거리를 밝혔다. 인류에게 암 치료,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선물한 방사능은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핵에너지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중 마리 퀴리가 발견한 알칼리 금속 라듐은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라듐을 발견한 1898년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방사능 활용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병사들의 손목시계를 제작했던 US 라듐사의 젊은 여공들에게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시계의 작은 숫자를 칠하는 붓 끝을 혀와 입술로 다듬도록 교육 받은 소녀들은 다량의 유독성 페인트를 섭취했다. 반짝이는 라듐 페인트를 손톱 장식용으로 쓰고 치아에 바르기도 했다. 노동자 수백 명이 얼굴이 기형적으로 변해가며 죽어간 후에야 US 라듐사는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 판례는 후에 미국의 노동안전 기준을 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광물#나폴레옹 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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