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삶을 산 조선의 왕 정조는 역사추리물의 ‘단골 캐릭터’다. 케이블 채널 CGV ‘정조암살미스터리-8일’에서 정조 역을 맡은 배우 김상중. 채널 CGV 제공
오세영의 장편 ‘원행’(2006년)과 이를 원작으로 만든 케이블 채널 CGV의 ‘정조암살미스터리-8일’(2007년), 이정명의 장편 ‘바람의 화원’(2007년)과 이를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년), MBC 드라마 ‘이산’(2007년)과 케이블 채널 OCN의 ‘조선추리활극 정약용’(2009년)까지. 몇 년 새 쏟아져 나온 이들 역사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모두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이다. 오혜진 남서울대 교수(사진)의 ‘대중, 비속한 취미 ‘추리’에 빠지다’(소명출판)는 최근 소설과 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팩션(사실에 허구를 붙인 이야기) 열풍을 분석했다.
그는 다양한 팩션 작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역사 연구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왕조 중심의 거시사가 아닌 민중과 여성들에 대한 미시사 연구가 1990년대 들어 활발하게 전개돼 작가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는 것. 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등 외국 팩션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것도 그 이유의 하나다. 그러면 왜 정조인가? 오 교수는 ‘상상력의 확장 가능성’을 꼽았다.
“정조는 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매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죠. 사인에 대해서도 독살 등 여러 설이 존재해 이야깃거리가 많아요. 독자들이 바라는 현재 지도자의 모습이 개혁적 인물인 정조에서 구현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정통 역사물의 시대가 기울고, 팩션에 추리적 요소가 가미되는 것도 요즘 추세다. 오세영의 ‘원행’이나 드라마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의 경우 정약용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을 한다.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에서는 김홍도가 사건을 해결한다. “역사 추리소설은 오락 요소가 강해 소설과 드라마를 넘나들죠. 회별로 이어지는 드라마가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기 위해 추리적 요소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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