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 같은 박수소리에 눈물 핑… 피부 - 성대 - 체력은 타고났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뮤지컬 ‘레베카’ 댄버스 역 배우 신영숙

뮤지컬 ‘레베카’에서 옥주현과 함께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신영숙. 그는 관객과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매 공연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찾아듣는다. 화재 장면에서 좀 더 강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신영숙은 3회째 공연부터 머리를 풀어 헤치고 등장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레베카’에서 옥주현과 함께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신영숙. 그는 관객과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매 공연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찾아듣는다. 화재 장면에서 좀 더 강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신영숙은 3회째 공연부터 머리를 풀어 헤치고 등장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유준상 오만석 류정한 옥주현 신영숙. 차례차례 이름을 읊다가 신영숙이란 이름에서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신영숙이 누구야?’ 하고. 한국 초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의 주연급 출연배우 가운데 가장 낯선 이름이지만 무대 위에서 존재감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데뷔 15년차 뮤지컬 배우 신영숙(38)은 ‘레베카’에서 댄버스 부인 역할을 맡았다. 옥주현과 더블캐스팅. 역할로는 조연이지만 마치 주연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댄버스 부인은 영국의 대부호 막심 드 윈터의 대저택 맨덜리의 집사다. 죽은 안주인 레베카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커서 새 안주인이 된 ‘나’를 대놓고 무시한다. 그가 부르는 노래 ‘레베카’는 이 뮤지컬의 대표곡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폭발적 성량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25일 오후에 만난 신영숙은 그날 저녁 공연을 앞두고 분장을 한 상태였다. 머리카락 하나도 삐져나올 틈이 없어 보이는 단정한 올림머리에, 검은 아이섀도를 넓게 칠한 그는 영락없는 댄버스 부인이었다.

―댄버스 부인 역을 어떻게 맡게 됐나.

“3년 전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을 맡았을 때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영숙의 목소리는 댄버스 부인에 딱이다’라고 했다. 당시 음원을 듣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지 몰랐다. 노래 부르기 쉽지 않은 음역대인데 음색이 내 목소리와 잘 맞아서 버겁지 않게 소화하고 있다. 전수경 선배(뮤지컬 배우)가 공연을 본 뒤에 ‘부모님께 감사해라’ 하고 갔다.(웃음)”

동석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뮤지컬 대본과 가사를 쓴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르베이가 공연 때 백 스테이지에서 신영숙의 노래를 듣고는 “브라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고 했다. 트위터에도 ‘신댄버스(신영숙+댄버스) 말이 필요 없다’ ‘막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내 머리 가슴 속엔 온통 신댄버스 그녀뿐!’ ‘신영숙의 전성기는 바야흐로 도래했나니 무대가 놀이터네’ 같은 호평이 쏟아진다.

―전작들보다 훨씬 더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나.

“물론. 무대에서 받는 우레 같은 박수 소리에서 확 느껴진다. 공연 끝나고 나오면 팬들이 모여 있다. 어렸을 때부터 스타였다면 소중함을 몰랐겠지만 내가 한 걸음씩 지나온 과정에 관심 가져 주는 분들이어서 감사하다….(그는 팬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얼마 전 팬 미팅 때 여고생 팬의 어머니들과도 인사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뮤지컬에 매력을 느껴 1999년 ‘명성황후’에서 손탁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서울예술단에 들어가 이런저런 역할을 했지만 관객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2008년 뮤지컬 ‘캣츠’에서 ‘메모리’를 부르는 그리자벨라에 깜짝 발탁되면서 무명생활 10년 만에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2010년 ‘모차르트’를 할 때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의 넘버인 ‘황금별’을 너무도 잘 소화해 ‘황금별 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빛을 보지 못한 세월이 길었는데….

“노래와 연기 말고 내가 믿을 게 하나도 없다. 작품을 고를 때도 흥행이 될까보다는 내가 하면서 즐겁고 행복할지를 먼저 생각한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2개월 이상 쉬어 본 적이 없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이 길을 걸어왔기에 지금이 있는 것 같다. 아, 그리고 피부, 성대, 체력 이 세 가지는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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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5만∼13만 원. 02-6391-6333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신영숙#레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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