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플루티스트 문록선 교수의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플루트 대신 오카리나를 든 ‘플루트 앙상블 아디나’ 단원들이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마을의 일인자’를 연습하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플루트 앙상블 아디나 음악감독 문록선 씨(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가 고개를 끄덕 하는 순간,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합주가 터져 나왔다.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마을의 일인자’. 플루티스트 일곱 명이 손에 든 것은 플루트가 아니라 조개를 연상시키는 자그마한 악기 ‘오카리나’였다. 앙상블 아디나는 다음 달 2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동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제3회 정기연주회에서 이 곡을 오카리나 7중주로 선보인다. 다른 네 곡은 플루트 합주나 4중주로 연주한다. 왜 플루티스트들이 오카리나를?
“제가 있는 학교에 오카리나 전공 과정이 있는지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 관심을 가졌는데, 이탈리아인 에밀리아노 베르나고치가 편곡한 오카리나 7중주 음반을 접했죠. 안쪽 성부가 꽉 찬 소리, 멋진 합주에 깜짝 놀랐어요.” 음악감독 문 교수의 설명. 일단 ‘완벽한 악보’에 매료됐지만 플루티스트들이 이 새로운 악기를 익혀야 했다. 전문 연주자 홍광일 씨(한국 오카리나강사협회 회장)를 초청해 매주 지도를 받기 시작한 것이 4개월 전이었다. ‘소프라노 C’부터 ‘베이스 C’까지 일곱 개 오카리나가 서로 다른 음높이를 담당한다. 손가락 짚는 법(핑거링)이 다르지만 목관의 원리를 잘 이해하는 연주자들이라 적응하기 어렵지는 않았다고. 텅잉(혀를 이용하는 주법) 등 플루트의 고유한 연주법으로 알려진 기법들은 오카리나에서도 비슷하다고 한다.
앙상블 아디나가 오카리나에 주목한 이유는 또 있다. 사람들은 플루티스트들이 오카리나를 연주한다면 눈을 반짝 빛냈다. 장난감처럼 친근한 이미지 때문이다. 출판사 김영사의 초청으로 27일 파주출판단지에서 가진 연주에서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열띤 반응을 보였다. 홍광일 회장은 “오카리나는 취미용 악기로만 알려져 있는데, 앙상블 아디나의 활동으로 더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오카리나를 통해 플루트 합주를 비롯해 목관악기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앙상블 아디나는 2008년 창단연주를 가졌다. 이번 연주회에는 20명이 플루트를 합주한다. 현악 합주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서도 친숙하지만, 여러 명의 목관악기 합주는 흔하지 않다. 멤버인 조승환 씨(숭실 콘서바토리 강사)는 “플루트 앙상블은 현악 합주와 다른, 합창이나 오르간의 다양한 음색을 연상시키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헨델 ‘시바 여왕의 도착’, 맨시니 ‘핑크 팬더’ 주제곡, 아모스 ‘서들리 캐슬’,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연주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김인현의 창작곡 ‘붉은 침묵’도 선보인다. 문 교수는 ‘붉은 침묵’에 대해 “리드미컬하고 화성 진행도 현대곡으로는 무척 흥미롭다. 퍼포먼스적 요소도 갖춰 감상하기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2만 원. 1544-1555, 02-586-0945
오카리나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관악기. ‘작은 거위’라는 뜻이며 주로 흙을 구워 만든다. 리코더처럼 호루라기와 같은 원리로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열고
닫아 높낮이를 조절한다. 일본인 노무라 소지로가 연주한 NHK 다큐멘터리 ‘대황하’ 테마음악,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주제음악인 ‘물놀이’도 오카리나 연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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