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데스노이어 맥 수석 아티스트가 지난달 25일 열린 2013 봄여름 메이크업 트렌드 프리젠테이션에서 벨벳 같은 피부 연출을 시연해 보이고있다. 그는 “피부 속에서부터 빛이 나는 듯한 매끈한 피부를 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 제공
마치 애플이 새 아이폰 시리즈를 발표하는 자리 같았다. 평소에는 콘서트장으로 쓰이는 무대 위에서 발표자는 커다란 스크린을 보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관객은 통역기를 귀에 꽂고 진지한 표정으로 적고 또 적는다. 큰 키에 블랙 재킷, 가죽 바지를 입고 무대에 선 그녀는 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리 이그제큐티브 디렉터인 린 데스노이어다.
그녀는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홀에서 열린 맥의 2013년 봄여름 메이크업 트렌드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한국에 왔다. 계절마다 여자들의 화장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2, 3년 차를 두고 보면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데스노이어는 미래의 메이크업 트렌드를 예측하고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기자와 만난 그녀는 “한국 여성들은 디테일한 메이크업에 강하다”며 “올 봄여름 메이크업 트렌드 중 하나인 ‘시그니처 룩’이 인기를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전문 댄서였고, 문학석사 학위도 있습니다. 이런 경력이 메이크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요.
“셋 다 창의적인 표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메이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이죠. 모델이 보여주고자 하는 아름다움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메이크업으로 전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춤도 몸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거라 서로 통하죠.”
오늘 프레젠테이션에서 벨벳 같은 스킨을 강조했는데요, 평소 메이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딘가요.
“두말할 것 없이 피부죠. 가장 중요한 팁은 얼굴에 입체감을 살리는 것입니다. 두세 가지 하이라이팅 기법을 배운다면 색다른 피부 표현을 연출할 수 있어요. 피부가 모델처럼 좋지 않다면요? 그래서 제품력이 중요해요. 한국 여성들은 이미 아주 잘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컨실러나 파운데이션을 잘 선택하는 것이 스킨케어의 연장선입니다. 한국 여성들은 스킨케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니 잘하실 거라 믿어요.”
이번 시즌에 대리석처럼 매끈하게 빛나는 스킨 표현인 ‘시그니처 룩’, 은은한 파스텔 컬러와 형광 컬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뉘앙스’, 1960년대 네온 컬러 연출이 돋보이는 ‘사이키델릭’, 건강하게 빛나는 캘리포니아 걸 같은 ‘퓨리 탠’을 트렌드로 제시했습니다. 한국 여성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룩은 무엇인지요.
“아마 한국 여성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그니처 룩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시그니처 룩도 꼼꼼하게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룩이거든요. 반면에 사이키델릭 룩에도 끌릴 것 같아요. 화려한 색감의 립 메이크업 때문이죠.” 어떤 색깔을 추천하시나요.
“두말할 것 없이 핫한 네온 핑크색의 립스틱 ‘캔디얌얌’이죠! 사실 저는 모든 타입의 코랄 색깔도 추천해요. 여성스러워 보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핫핑크 색인 ‘임패션드’ 립스틱이나 네온 오렌지색인 ‘레이디 데인저’, 그리고 진한 진달래 빛의 ‘릭커블’을 섞어서 함께 사용할 수도 있죠. 자신만의 코랄 립스틱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거든요. 한국 여성들이 캔디얌얌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성스러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강렬한 색깔을 바르면 자칫 강하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데, 캔디얌얌은 그 색만의 여성미가 있거든요. 코랄색도 마찬가지라서 시도해볼 만해요.”
한국 시장은 맥의 매출 톱3 시장 중 하나입니다. 제품 개발을 할 때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두시는지요.
“물론이죠. 한국 시장은 영감의 원천지라고도 할 수 있죠. 맥의 제품 중 약 25개는 한국의 감성과 메이크업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했어요. ‘풀 오브 조이’나 ‘이모탈 플라워’ 색상의 블러시는 한국의 미와 감성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거든요.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뷰티 밤’(비비크림)이 있죠! 이제는 서양 여성들에게도 필수 아이템이 되었죠.” 아티스트로서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으신지요.
“지금은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라 프랑스 매장에 아프리카 여성이 방문할 수도 있고, 한국 여성이 밀라노 매장을 들를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티스트들은 최대한 다양한 여성에게 맞춤 메이크업을 연출해 줄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필요합니다. 저는 특히 메이크업을 할 때 감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메이크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오늘의 감정은 어떤지 이런 것들이죠. 저는 변장이라고 할 만한 메이크업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1990년대와 달리 지금은 선택의 폭이 크다는 점에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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