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을 것 같은 시절입니다. 유난히 춥고 눈 많은 올겨울, 반가운 친구처럼 찾아온 책이 있습니다. 책 속 겨울은 그저 지나가는 계절이 아닙니다. 반갑게 만났다 헤어지는 친구이며, 떠났다가도 세 계절 지나 다시 만날 친구입니다. 물론 겨울을 친구 삼아 놀던 아이는 점점 자라겠지만요.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이 아이와 함께 걷고 있습니다. 아이 손엔 방패연, 뒤서거니 앞서거니 강아지도 따라 갑니다. 아이는 겨울이 안내하는 들판을 지나 숲을 찾고 언덕에 올라 바다와 마을을 봅니다. 겨울이 불러다 준 바람을 타고 방패연은 하늘 높이 오릅니다. 나붓나붓 내려 쌓인 눈 위로 썰매도 타고, 챙챙 고드름 칼싸움도 합니다. 강아지도 신이 나서 뛰어놉니다. 겨울과 아이가 눈사람을 만듭니다. 둘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더, 더 놀고만 싶은 아이는 새로 사귄 친구를 자기 집 안으로 초대합니다. 하지만 겨울은 철모르는 친구가 아닙니다. 내일 또 만나 놀자며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지요. 한밤중에 자다 깬 아이는 달빛 아래 온통 반짝이는 겨울과 희고 고요한 세상을 봅니다. 겨울은 생각만큼 빨리 떠나진 않을 것 같았지요.
2002년 ‘가을을 만났어요’가 출간되었을 때 아, 이건 사계절 시리즈로 나오겠거니 했지만 10년이 다 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10년, 잊을 만한 때 이 책 ‘겨울을 만났어요’가 나왔습니다. ‘그렇지! 이건 시리즈였어!’ 내심 반가웠답니다.
글은 가을과 마찬가지로 이미애 작가가 썼습니다. 조금 긴 한 편의 시와 같은 글입니다. 겨울이라는 친구의 서늘한 눈빛과 짓궂은 장난기를 노련한 그림 작가 이종미가 차분한 색감과 풍부한 앵글로 벼려냈습니다.
겨울 이야기지만 따뜻합니다. 난방이 충분해 한겨울 칼바람이 아프기만 한 아이들은 진짜 겨울을 만날 기회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겐 충분한 공감이 될 것입니다. 떠나보내기 전에 우리가 잠시 잊었던 그 ‘겨울’을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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