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승리했다. 고전연구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바보야, 문제는 몸이야!”라고 외친다.
저자는 스마트폰 열풍, 성형천국, 동안열풍, 성조숙증, 폐경, 공개 프러포즈, 꽃미남 열풍 등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몸에 대한 인식을 경쾌하게 꼬집는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모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 스마트폰의 불빛이 사람들의 ‘양기(陽氣)’를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의 몸은 왜 필요한 것일까? 저자는 21세기 인문학의 화두는 ‘몸과 우주’라고 단언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던 몸에 대한 깨달음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령 요즘 ‘미시족’ 엄마들은 아이를 등에 업지 않고 앞으로 안아서 키운다. 그러나 아이를 안고 있으면 엄마의 심장과 아이의 심장이 마주 보게 돼 맞불이 붙는 형국이 된다. 반면 엄마의 등에는 족태양방광경이라는 경맥이 지나가기 때문에 서늘하다. 아이는 엄마의 등에서 심장의 양기를 차분하게 수렴하고, 엄마의 등 뒤에서 흥미진진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된다. 또한 남의 시선을 의식한 ‘공개 애정표현’의 남발이 왜 우리 몸의 ‘정(精)’을 메마르게 하는지, 여성의 폐경이 왜 아쉬움이 아니라 축복인지 설명하는 부분도 신선하다.
책은 저자의 전작인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그린비),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북드라망)에 이은 3번째 ‘동의보감’ 관련 책이다. 의역학(醫易學)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비평 에세이로 지난해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을 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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