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자원 위기의 본질은 고갈되지 않는 인간의 탐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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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에너지전쟁/대니얼 예긴 지음·이경남 옮김/936쪽·3만8000원·올

석유를 대신할 새로운 재생에너지 산업은 혁신과 논쟁, 절망과 행운을 되풀이해 온 역사다. 가능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영리성 측면에선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2010년 독일 북해 연안에 건설된 해상 풍력발전단지 ‘알파벤투스’. 동아일보DB
석유를 대신할 새로운 재생에너지 산업은 혁신과 논쟁, 절망과 행운을 되풀이해 온 역사다. 가능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영리성 측면에선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2010년 독일 북해 연안에 건설된 해상 풍력발전단지 ‘알파벤투스’. 동아일보DB

에너지와 국제정치, 지정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대니얼 예긴은 20년 전 ‘황금의 샘(The Prize)’이라는 책으로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는 에너지 미래학자다. 60대 후반 원숙함의 경지에 접어든 저자의 신작(원제 ‘The Quest’)은 역시 문제를 보는 깊이와 넓이에서 정점에 이른 석학의 면모가 엿보인다. 하지만 원숙함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저자가 여전히 에너지 분야의 최전선에서 상충된 가치를 지닌 매우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견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가령 석유 문제와 관련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그는 이 책에서 석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의식의 산물인 ‘피크 오일(Peak Oil)’ 이론의 한계와 회피 방안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피크 오일이란 석유 생산의 정점을 의미하며, 동시에 석유 생산의 감소가 시작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 문제는 에너지 학자들 사이에서 그 존재 여부에 대한 많은 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기업전략과 국가정책 형성에서 혼란과 오류의 근원이 되어 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과거 주장을 번복하면서 지금은 ‘피크 오일’ 이론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대신 그는 ‘고원(高原·plateau) 이론’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이 이론은 당분간 석유 생산이 늘어날 것이며, 언젠가 그 생산이 정점에 달하더라도 마치 고원 지대처럼 상당 기간 평탄면을 유지하다가 감소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세계의 주목을 끈 바 있는 셰일가스(퇴적암인 셰일층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와 전기차,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현황을 설명하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역시 ‘에너지, 안보, 그리고 현대 세계의 재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의 미덕은 에너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한 포괄적인 설명과 개별 사실들의 역동적인 네트워킹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에너지의 위기라고 하면 자원에 대한 물리적 고갈을 떠올린다. 특히 화석연료에 관한 전통적인 위기 관념에서 이러한 통념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에너지의 위기라는 관념 자체를 포괄적이고 본질적으로 이해할 것을 주장한다. 그는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경험했던 에너지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물리적 위기’가 아니라 ‘지상의 위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가 말하는 지상의 위험이란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다양한 지정학적 변수들을 일컫는 것이다. 1, 2차 오일쇼크나 걸프 전쟁을 떠올려 보면 저자의 관점은 쉽게 이해된다.

또한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자원이 국제 금융 시장에서 파생상품의 주된 대상이 되어 있다는 것도 지상의 위험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물리적 위기는 기술의 혁신을 통해 줄곧 예기치 않게(기술 혁신을 주도한 사람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원대한 야망은 결코 예기치 않은 것이라 할 수 없지만) 해결됐으며, 최근에 천연가스 분야에서 ‘진정한 혁신’으로 평가되는 셰일가스의 경우도 물리적 위기에 대한 인류의 문제 해결 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석유의 역사를 설명하고 셰일가스의 현황을 분석했으며, 재생에너지의 미래를 조망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이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에너지 자원을 말하고 있다. 바로 ‘에너지 이용 효율성(Efficiency)’이라는 에너지 자원이다. 그 어떤 에너지 자원보다 중요하고 생태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에너지 자원은 바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생활 방식과 기술이라는 점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가치관의 변화와 기술 혁신의 진정한 융합을 의미하는 이용 효율성 개념은 극적 반전 효과를 거두며 둔중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올겨울 유난히 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정전 위험과 석유 값 상승을 경고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효율성이라는 에너지 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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