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가진 게 없어도 꿈 잃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한다’ 저자 오가와 히토시 씨

오가와 히토시 일본 도쿠야마 공업고등전문학교 교수가 지난해 말 야마구치 현 도쿠야마 시내에 있는 ‘철학 카페’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가와 교수는 “철학으로 대화하는 건 서로를 좀 더 속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더난출판 제공
오가와 히토시 일본 도쿠야마 공업고등전문학교 교수가 지난해 말 야마구치 현 도쿠야마 시내에 있는 ‘철학 카페’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가와 교수는 “철학으로 대화하는 건 서로를 좀 더 속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더난출판 제공
오가와 히토시 일본 도쿠야마(德山) 공업고등전문학교 교수는 참 독특한 인물이다. 종합상사 직원, 시청 공무원으로 살다 어느 날 문득 철학에 빠져들었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의젓한 교수가 됐는데, 뜬금없이 시내 상점가에 카페를 차렸단다. 이름하여 ‘철학 카페’. 점집은 아니다. ‘시민과 함께 철학을 갖고 놀며 소통하는’ 장소란다.

최근 펴낸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더난출판)도 통통 튀는 개성이 빼곡하다. 부부 사이가 나쁠 땐 소크라테스 철학, 이직을 고민한다면 자크 데리다의 철학이 도움이 된단다. 오호, 내용은 몰라도 왠지 구미가 당겼다. e메일로 오가와 교수에게 인생 상담을 받아봤다.

―이력이 신선하다. 종합상사 직원에서 철학교수로의 변신이라….

“그뿐만이 아니다. 20대엔 5년 정도 ‘프리터’로 지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삿짐센터, 이벤트업체… 아, 설거지 도우미도 했다. 이런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철학이란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니까. 직접적인 계기는 시청 공무원 시절 찾아왔다. 당시 여러 일을 겪으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렸다. 그렇다면 먼저 사물의 본질을 되짚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게 아닐까. 그 해답이 철학이었다.”

―그래서인가. 책이 무슨 인생상담서 같더라. 철학 카페도 운영하고….

“그것도 시청 공무원 시절 영향이 컸다. 지역사회활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보고 싶었다. 말이 카페지, 일종의 주민쉼터라고나 할까. 거기서 수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눴다. 대화야말로 철학의 요체니까. 뭣보다 힘든 일을 함께 고민하는 게 좋았다. 철학자도 더불어 사는 존재 아닌가.”

―그런 뜻에서 한국 독자에게도 상담을 부탁한다. 요즘 ‘3무(無) 세대’란 말이 유행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와 결혼, 집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위로가 될 만한 철학이 있을까.

“에른스트 블로흐라는 독일 철학자가 있다. 그는 ‘희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뒤집어보면, 존재하지 않기에 꿈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도 경기침체로 젊은이들이 힘들어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이란 없다. 가진 게 없어도 희망은 품을 수 있는 것, 그게 인생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안타깝다. 삶이 막다른 곳에 몰렸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자살을 떠올린다.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고 강조했다. 실존이 현실적 존재라면, 본질이란 운명을 뜻한다. 운명보다 존재 자체가 우선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가끔 인생이 자기 것이라는 걸 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정해진 인생은 없다. 삶에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성범죄가 증가해 많은 여성과 부모가 불안해한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자로 키워질 뿐이다. 이것이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사상의 핵심이다. 여성이란 위치를 만드는 건 바로 사회다. 여성이 불안을 안고 산다면 그건 전적으로 사회의 책임이다. 간단하게 말하겠다. 잘못됐다면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한국은 지난해 격렬한 대선을 치렀다. 갈수록 보수-진보의 골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란 자기 의견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 서로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타인의 얘기를 듣는 자세다. 뭔가 이루고 싶다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실천해야 한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이를 잘 설명했다. 우리 역시 이런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알아가고 있지 않나.”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오가와 히토시#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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