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여성연극협회가 1960년대 이후 왕성하게 활동했던 1세대 여성극작가들의 희곡 7편을 새롭게 무대에 올린다. 연출은 40대 이상의 중견 여성연출가들이 맡는다. 2월 13일∼3월 31일 서울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 오르는 제1회 여성극작가전이다.
예술원 회원인 박현숙 작가(87)의 ‘그때 그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학도병과 정신대로 끌려가야 했던 이 땅의 청춘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문삼화 씨는 “아버지 세대에 끊임없이 반항해온 저의 참회록을 쓰는 마음으로 연출에 임했다”며 “우리 현대사 속에서 부정할 수 없는 아버지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혜령 작가(72)의 ‘일어나 비추어라’(송미숙 연출)는 자신의 감동적인 암투병기를 극화한 작품으로 작가와 작가의 아버지 오화섭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오 작가의 대학 선배로 50년 지기인 원로배우 오현경 씨(77)가 양부 박회장 역으로 출연한다. 고인이 된 강성희 작가(1921∼2009)의 ‘꽃 속에 살고 죽고’는 강 작가의 단막극 ‘백합향’과 ‘날아가는 새’를 연출가 노승희 씨가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노부부와 젊은 연인의 엇갈린 애정심리를 교차해 풀어간다.
강추자 작가(70)의 ‘당신의 왕국’(백은아 연출)과 전옥주 작가(74)의 ‘아가야 청산가자’(임선빈 연출)는 급속한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인들이 겪은 상실감을 담은 사회성 짙은 작품이다.
김숙현 작가(69)의 ‘앉은 사람 선 사람’(박은희 연출)과 최명희 작가(68)의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류근혜 연출)는 여성예술가의 삶을 응시한 작품이다. ‘안은 사람 선 사람’은 예술가로서 성공한 엄마와 그 엄마의 성공에 희생된 채 폐쇄적으로 살아온 딸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그린 2인극이다.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는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였던 나혜석의 굴곡진 삶과 내면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전석 2만 원. 02-76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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