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네~” 하정우-최민식, 새 영화에서 여전한 존재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8일 03시 00분


▼ “일당백 요원? 좀 맞았죠”… ‘베를린’으로 흥행몰이 하정우 ▼

《 짧은 머리에 충혈된 눈, 늘 찌푸린 미간. 그리고 번개같이 급소만을 가격하는 손놀림…. 최근 흥행 중인 영화 ‘베를린’의 주인공 표종성(하정우)의 이미지다. 북한 비밀요원인 표종성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다 북한 정권에 배신당한다. 자신과 아내 련정희(전지현)를 제거하려는 적들과 피 튀기며 사투를 벌인다. 》

하정우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은 영화 ‘롤러코스터’의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과의 소통에 자주 문제를 느껴 감독-배우 간 소통하는 법을 배우려고” 영화감독에 도전했다고.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하정우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은 영화 ‘롤러코스터’의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과의 소통에 자주 문제를 느껴 감독-배우 간 소통하는 법을 배우려고” 영화감독에 도전했다고.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래서인지 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 나타난 말쑥한 차림의 하정우(35)는 낯설었다. 단정한 코트에 8 대 2 가르마를 탄 모습은 연쇄 살인마(추격자), 조폭(범죄와의 전쟁), 청부살인 조선족(황해) 등 그가 영화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너무 달랐다.

그가 손에 생긴 흉터를 보여주며 씩 웃자 그제야 표종성이 살아났다. “호텔 총격 장면을 찍는데 특수효과 팀과 호흡이 맞지 않아 우황청심환만 한 쇠구슬에 맞았어요.” 그러면서 오른 손가락 네 번째 마디를 펴 보였다. “여기가 타들어가서 뼈가 보였습니다. 곧바로 화약 파편에 맞았죠. 너무 아프니까 웃음이 나오더군요.”

표종성 액션은 돌려차기로 18명을 순식간에 무찌르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적 한 명과 싸워도 얻어터지고 깨진다. 깡통, 전화기를 비롯해 주변 물건은 잡히는 대로 싸움에 이용한다. “영화 ‘본’ 시리즈, ‘아저씨’보다 더 사실적인 액션을 보려주려고 했어요. 그 포인트를 ‘맞는 고통’에서 찾았습니다. 표종성은 적에게 던져지면서 책상모서리에 부딪치고 바위 위로 떨어집니다. 틈만 나면 스턴트맨을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불러내 연습했어요.”

그는 또 “술을 자제하고 군인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표종성 캐릭터에 대한 감을 잡았다”며 “북한 사투리를 쓰면서도 때론 영어도 쓰는데 자칫 관객에게 어색할 수 있어 대사를 줄이고 몸동작으로 심리를 표현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유독 영화 속에서 어떤 음식이든 맛나게 먹어치워 인터넷에서 ‘먹방(음식 먹는 방송)의 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베를린’에서는 먹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음식 먹는 신을 촬영하는데 너무 맛있게 먹다 보니 표종성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감독이 빼버렸어요. ‘황해’에선 감자를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옆에서 감자를 계속 삶아줬어요. ‘범죄와의 전쟁’의 중국집에서 요리를 먹는 장면은 탕수육이 식지 않게 하려고 여러 번 접시를 바꿔가며 찍었죠. 소품들의 상태가 워낙 좋아 맛있어 보였나 봐요.”

그는 강한 배역만 맡다 보니 ‘러브픽션’에서처럼 가벼운 연기는 어색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배우로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은 아닐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끌림이 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인지만 봅니다. 특정 캐릭터를 집중해서 보여줄 생각도 없어요. 차기작 ‘군도’에서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도둑 역을 맡았어요. 스킨헤드에 덩치 크고 우락부락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고민 중입니다.”

새로운 사건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 끝나버리는 ‘베를린’ 마지막 장면 때문에 후속편을 기대하는 관객도 많다. “요즘 류승완 감독, 한석규 선배와 자주 이야기를 합니다. 정진수(한석규)가 표종성을 어떻게 다시 만나는지, 동명수(류승범) 쌍둥이 동생이 나와야 하는 건지….”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나도 이제 좀 잡아봅시다”… 21일 개봉 ‘신세계’의 최민식 ▼

“뽀샵(포토샵) 처리 좀 해주세요.” 최민식이 빨갛게 충혈된 눈에 힘을 줬다. 그는 염색약 알레르기가 있다. 곱슬머리가 항상 희끗한 이유다. 꼭 필요할 땐 머리카락을 까맣게 색칠하거나 지르텍을 먹고 염색을 한다고.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뽀샵(포토샵) 처리 좀 해주세요.” 최민식이 빨갛게 충혈된 눈에 힘을 줬다. 그는 염색약 알레르기가 있다. 곱슬머리가 항상 희끗한 이유다. 꼭 필요할 땐 머리카락을 까맣게 색칠하거나 지르텍을 먹고 염색을 한다고.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내가 아침까지 술을 마셔 가지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 출입문이 열리고 배우 최민식(51)이 들어왔다. 새카만 선글라스를 벗으니 잔뜩 충혈된 눈이 드러났다. 희끗한 수염과 곱슬머리. 악수하며 맞잡은 손도 거칠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아내가 발로 차서 겨우 일어났어요. 영화 ‘신세계’ VIP 시사회 끝나고 모두 모여 한잔했죠. 저는 온리(only) 소주입니다. 섞어 마시면 머리 아파요.”

그는 숙취음료를 들이켜다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21일 개봉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에서 그는 경찰청 수사기획과 강 과장으로 나온다. ‘신세계’는 한국 최대 범죄조직인 ‘골드문’에 잠입한 경찰 이자성(이정재), 그를 범죄조직에 심은 강 과장, 그리고 골드문의 2인자 정청(황정민) 세 남자 사이의 의리와 음모, 배신을 다룬 영화다.

양아치, 깡패, 살인자. 주로 껄렁하거나 독한 전과자 배역을 맡았던 최민식이 경찰 역을 처음 맡았다. 힘도 좀 뺐다. “목표에 중독된 사람이에요. 정의사회를 실현하자는 사명감보다는 골드문 회사의 와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또라이’예요.”

베테랑 형사인 강 과장은 같은 경찰임에도 이자성을 믿지 못하고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골드문의 후계자 결정에 개입해 범죄조직을 경찰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해 이자성의 목을 조인다.

사실 영화에선 이정재나 황정민의 분량이 더 많다. “비중이 약간 심심한? … 이혼하고 고독하게 사는 장면도 있었는데 전 필요 없다고 했어요. 이 영화에서 강 과장의 사생활은 사족이죠. 배역을 쫓아가야지. 배역의 크고 작은 것에 신경 쓰는 분들도 있는데, 새끼들 까불지 말고 모이라 할 때 모이라고….”

그는 술로 다져온 인맥을 이용해 영화 캐스팅에도 적잖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황사마(황정민)’한테 전화해서 각자 따로 놀지 말고 모여서 한번 놀아보자고 했죠. 황사마와 제가 레프트윙, 라이트윙 박아주고. 센터는 폼 나는 애가 와야 해서 학교 후배인 정재를 부른 거고. 어제도 술 마시면서 말했어요. ‘이렇게 또 모여서 놀다가 각자 니네 동네 가서 대장들 하다가 심심하면 또 모입시다.’ 누가 주연으로 나가면 우르르 가서 조연해주고, 퀄리티도 높이고 재미도 있고…. 이 손바닥만 한 데에서 대장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겠다고.”

최민식은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했다. 24년차 배우로서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옛날에는 영화 관객 100만 명만 해도 난리 났었어요. 이젠 1000만 관객 시대인데 이때 잘해야 돼요.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잘 만든) 영화를 내놔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

그는 이젠 ‘목을 따고’ 피 흘리는 역할은 하기 싫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두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정청 대신 비중이 작은 강 과장을 선택한 것도 피를 흘리기 싫어서였다고.

“멜로 너무 하고 싶죠. 가슴 아픈, 절제하는 우리 나이 사람들의 사랑…. 계속 이렇게 떠들고 다녔는데도 이것들이!(나에게 멜로를 안 줘?!)”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하정우#최민식#베를린#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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